Saturday, June 20, 2015

김송희 선생님

구슬을 끼우는 인연


시인 김송희 선생님과 나는 실에다 구슬을 한알 한알 끼우는 인연을 갖고 있다.
정확하게 27년 전, 친구 원숙이의 소개로 그 분을 만나 시화전 그림을 그려 드렸다.
신문 삽화를 그려 보겠냐고 권하셔서 한국일보사에 하루 나가서 한 주일 분 삽화를 그리는 일을 시작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미술 기사까지 쓰면서 사흘로 늘어 났다. 1 주일에 4번 출근하는 파트 타임 직은 없다고 해서 두 아이 놓고 기자노릇하기가 어렵긴 해도 풀 타임으로 일했다. 
김송희 선생님과 함께 보람 있고 즐겁게 신문 일을 했고, 나는 아직도 신문 일을 하고 있다.
선생님은 늘 나보다 반 발짝 앞에 서서 뒤를 돌아다 봐주시고, 또 반 발짝 뒤에서 내가 내 발걸음을 재촉하게끔 해주신다. 그것이 지금까지다.
이제 책 하나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책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민기적 거릴 때 마다 선생님은 고운 말씨로 권면해 주셨다.

뒤늦게 책을 엮는 다는 건 화가들의 회고(Retrospect)전 처럼 또는 가수들의 히트곡 (greatest hit )앨범처럼 지나간 세월을 한 자리에 모아 놓는 것과 같다.  마음 속에 지워지지 않고 있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글로 쓰다보니 누가 챙겨주지 않은 내 삶을 스스로 정리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 히트곡 앨범을 만들 듯 리스트를 작성해 나갔다. 아무도 안 알아주는 히트곡일지라도.
구구절절 인생조각들이 책 한 권에 모아졌다. 내 눈에는 오색의 구슬들로 끼어 만든 목걸이 같다. 
비단 채찍을 손에 들고 옆에 서 계셔 주신 김송희 선생님 덕분이다. 
28년, 29년, 30년....한알씩 한알씩 끼어나갈 인연은 다음 생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 때엔 내가 선생님의 선생님이 되어 드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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