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레드 와인 식초
불란서 아가씨 알리스가 항아리를 조심스레 상에다 내려 놓는다.
하얀색 사기 항아리 한쪽에는 초록색 닭이 다른 쪽에는 붉은 색 닭이 그려져 있다. 나무 국자로 휘 저어 커다란 표고 버섯 뚜껑 같은 덩어리를 꺼내 보여 준다. “와우~” 딸 희련이와 내 눈이 둥그레진다.
알리스가 “이것이 식초의 ‘엄마(Mother)’ 예요.” 라고 말하자 우리는 또 ‘와우~’ 한다. 100년 넘은 곰팡이네. 신기하다.
하얀색 사기 항아리 한쪽에는 초록색 닭이 다른 쪽에는 붉은 색 닭이 그려져 있다. 나무 국자로 휘 저어 커다란 표고 버섯 뚜껑 같은 덩어리를 꺼내 보여 준다. “와우~” 딸 희련이와 내 눈이 둥그레진다.
알리스가 “이것이 식초의 ‘엄마(Mother)’ 예요.” 라고 말하자 우리는 또 ‘와우~’ 한다. 100년 넘은 곰팡이네. 신기하다.
옆에 서있던 알리스의 엄마가 한마디 거든다. “마시다 남은 와인이 있으면 그냥 부으면 되지요.” 그러자마자 알리스는 ‘노오~ ! 마망 ! 노, 노. ' 야단치듯 엄마를 쳐다본다.
‘무슨 소리야. 엄마. 나는 일부러 좋은 와인을 사서 붓는다구. ”
"그래? 흐음. 오케이." 그리고는 알리스 엄마가 양 손을 슬쩍 올리면서어깨를 으쓱이며 나를 바라본다. 눈 빛이 나랑 통한다. 알리스 엄마도 '하여튼, 딸들은 참...'하는 내 표정을 알아 챘으리라. 나 역시 비슷한 걸 당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그래? 흐음. 오케이." 그리고는 알리스 엄마가 양 손을 슬쩍 올리면서어깨를 으쓱이며 나를 바라본다. 눈 빛이 나랑 통한다. 알리스 엄마도 '하여튼, 딸들은 참...'하는 내 표정을 알아 챘으리라. 나 역시 비슷한 걸 당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불란서에서 온 여자 직원이 1년 만에 다시 불란서로 가면서 자기가 쓰던 식초를 주겠다고 했다면서 희련이가 ‘엄마 식초 가져 갈래? ‘물어본다. 할머니의 할머니 또 그 할머니 때부터 내려 온 것이란다. 식초 뿐 아니라 가구며 살림도구도 주겠다고 하니까 차가 필요했던 거다.
애들을 볼 수 있는 기회라면 뭐라도 놓치지 않는 나는 불란서 식초를 갖고 싶다고 했다. 일요일 나는 맨해튼 남쪽 끝에 살고 있는 딸을 픽업했다. 알리스는 부르클린에서도 한참을 남쪽으로 간 곳에 살고 있었다. 오랜 만에 만난 딸에게 잘 있었냐. 아침 먹었냐, 회사 일은 어떠냐 시시콜콜 물어 보는데 딸은 응, 응 건성으로 대답한다.
알리스 아파트 앞에서 차를 내리는데 딸이 “아참, 알리스의 엄마가 와있다고 했어. 짐을 가져 가려고 왔대.”라며 내 모습을 아래 위로 훑어 본다. 그리고는 '엄마 왜 이렇게 두꺼운 자켓을 입고 왔어.’하더니, “아니 이게 뭐야. 엄마,양말 벗어, 구두랑 색이 안 맞아. ” 한다. 나는 얼떨결에 양말을 벗어 백에 넣는다. 무엇이든 딸에게는 반항 한번 못하고 주늑이 든다.
알리스 집에 들어서자 소파 한 쪽에 앉아 랩탑을 보고 있던 불란서 엄마는 세련되게 천천히 일어나 ‘Hi” 우리를 맞는다. 단발 머리에 짙은 회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전형적인 빠리쟌느였다. 퉁퉁하 미국 아줌마들과 완전히 달랐다. 나의 자켓이 왠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알리스 엄마는 ‘꼼 드 갸르송’ 이라는 패션회사에 다닌다고 희련이가 귀뜸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딸의 짐꾼으로 왔지요."라는 불란서 엄마와 몇 마디 인사말을 나눈다. 내가 '레드 와인 식초를 준다해서 따라 왔어요.' 하자 멋쟁이 빠리쟌느도 별 수 없이 자기 할머니의 할머니가 만든 식초를 이모, 고모 모두가 다 한 항아리 씩 두고 만들어 먹는다는 등, 물어 보지도 않은 말을 늘어 놓는다.
진지하게 듣는 나에게 ‘아마, 이 식초는 100년도 묵은 거예요.’ 빠리쟌느 엄마는 신이 났다.
재잘 거리던 희련이와 앨리스가 부엌에서 불란서 칸츄리 스타일의 도자 항아리를 내왔다. 우리가 둥그런 효소 덩어리보며 신기해하자 빠리쟌느 엄마는 더 신이나서 '먹다 남은 와인을 넣으라.'고 말을 했던 것이다.
딸 앞에서 꼼작을 못하는 엄마. 머리가 커진 딸들은 마치 자기 엄마는 바보인줄 안다. 엄마가 하는 일은 다 틀렸다고 덤빈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오케이 그러거나 말거나' 두 엄마는 마음이 통해서 화기애애하게 말을 나누다가, Good Luck, Bon Voyage 하며 헤어졌다. 추수감사절 때 온 희련이는 식사를 하고 난 다음 잔에 남은 와인을 모두 다 불란서 식초 항아리에 붓는다. 그리고는 둥그런 '식초엄마'를 꺼내 한 쪽을 뚝 잘라 갖고 갔다. 그럼 그렇지. 역시 내 딸이 낫다. 100년 넘은 효소가 그 모든 것을 다 삭혀 맛있는 식초를 만들텐데, 할머니의 할머니가 다 그렇게 했는데, 젊은 것이 뭘 안다고.
“엄마, 앨리스가 빠리에서 식당을 차렸어” 얼마 전 희련이가 소식을 전해왔다. 앨리스는 깔끔하고 깨끗한 프랜치 와인 비네가로, 엄마가 감탄 할 맛있는 요리를 하겠지. 빠리쟌느 엄마의 표정이 떠오른다.
부엌 한 구석에 놓여 있는 초록색 닭과 주홍 색 닭이 그려진 항아리 속의 프랜치 레드와인 비네가는 우리 집 샐러드의 비법이 되었다.
딸의 딸로 이어질 프렌치 레드와인 비네가이다.
부엌 한 구석에 놓여 있는 초록색 닭과 주홍 색 닭이 그려진 항아리 속의 프랜치 레드와인 비네가는 우리 집 샐러드의 비법이 되었다.
딸의 딸로 이어질 프렌치 레드와인 비네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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