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30, 2015

엄마랑 밥 먹으러

지난 봄에 다녀오고 6개월만에 다시 어머니를 보러 한국에 갔다.
내 엄마를 보러 가는 일이 이렇게 번거러울 줄을 왜 미처 몰랐단 말인가. 내가 두 째 아이를 낳았을 때 뉴욕에 처음 오신 이 후로 몇  년에 한번 씩은 뉴욕엘 오셨고 나도 몇 년에 한 번은 한국엘 가곤 했다. 그러나 칠순이 넘자 비행기 타기를 싫어 하셔서 어머니를 보는 횟수가 줄어 들었다. 
내가 한국에 한번 가는 일이 쉽지가 않다. 뱅뱅 도는 일상에서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운 일일 뿐더러 비행기 값은 또 얼마나 비싼가. 
그나마 몇 가지 일을 겸사해서 한국엘 가면 어머니한테는 '나 왔어.' 하고는 내 볼일로 돌아다니다 오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어머니 얼굴을 보는 것이 괴로워 졌다. 갑자기 늙어 버린 것 같은 어머니의 얼굴 말이다. 지난 번 봤을 때 보다 십 년은 더 늙어 보이는 모습이다.
인천 공항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목동에 내려서 짐을 끌고 어머니 아파트 문 앞에 당도한다. 최신식 자물장치 번호를 누르면 안에서 급히 슬리퍼끄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자마자 현관 앞에 서 있는 어머니에게 반갑게 '엄마' 해야 하는데, 그것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어머니 역시도 금방 '우리 노려.' 하지를 못 한다.
어머니의 눈길을 피해 신발을 벗으며 '이젠 자주 한국엘 와야지' 속으로 다짐을 했었다. 그 다짐은 다짐일 뿐, 순전히 '엄마보러 한국 가기'가 쉽질 않았다. 나는 왜 미국에 와서 살게 된 것일까. 오랜 만에 보는 어머니의 늙은 모습을 보는 일이 싫어서라도 자주 한국엘 가야겠다는 것은 순전히 내 욕심이다.
어머니가 팔순을 넘기셨을 때야 큰 맘 먹고 '엄마랑 밥 먹으로' 한국엘 갔다. 그 때만 해도 걸음이 불편한 어머니와 버스를 타고 남대문 시장도 가고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 세종대왕 구경도 갔었다.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1년 만에 다시 갔을 때엔 지팡이를 짚기 시작한 어머니와 남대문 시장은 엄두도 못내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식당이나 가까운 백화점으로 샤핑을 갔다. 
1년 후 지난 봄에 갔을 때는 어머니 아파트 문 앞에서 가슴이 다 두근 거렸다. 어머니는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어머니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식당을 갈 때에도 중간에 두 세번을 쉬어야 했다. 동생 대신 약도 타다드리며 딸 노릇 잠깐 하고는 대책도 없이 “엄마. 나 가을에 또 올께.” 하고 돌아 왔다. 정말로 핑계 될 일이 없어 막막하던 중에 마침 잡지사 일꺼리가 생겼다. “여보. 엄마도 볼 겸 한국엘 다녀 와야겠네.’하고 허락을 받았다.
새벽에 인천 공항에서 동생에게 카톡을 하니 “엄마가 밤 새 잠도 안자고 기다리고 있다구.” 동생도 잠을 못 잔 듯하다. 셔틀 버스에 앉아있는 시간이 유난히 길었다. “오마니, 나 왔시요.” 하고 현관엘 들어서는데 어두컴컴한 현관에 서 있는 어머니의 실루엣이 폭삭 작아져있다. 6개월 만인데도 어머니가 좀 더 어눌해 져 있는 것이 보였다.
수선을 피며 그 옛날 어머니가 미국 오시면 사드리던 우리 동네 중국 식품점의 월병과자를 꺼내자 어머니는 ‘야~ 그거 맛있는거.” 애들 처럼 좋아 하신다. 
그 옛날엔 딸이 한국에 오면 아침부터 한우를 사다가 구어 멕이던 어머니가 이번에는 딸이 아침에 시금치 국 끓이고 어제 먹던 닭고기 다시 데우고 하는 걸 보며 TV 앞에 앉아서 기다리신다. 점심에는 자장면도 시켜 먹고 동생이 쉬는 날엔 멀리 냉면 먹으로도 갔다. 이렇게 2주일을 지내고 또 별 대책 없이, “엄마, 내년 봄에 또 올꺼야.”하고 왔다.
궁리를 해본다. 매일 매일 일하는 남편을 혼자 두고 가는 것도 그렇고 하루 하루 늙어만 가는 어머니를 두고 멀리 있는 것도 그렇고 ...... 남들은 놀러 다니기도 잘 하는데, 엄마랑 밥 먹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내 자신에게 화가난다. 왜 좀더 열심히 잘 살지를 못했단 말인가.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친정어머니를 만나러 가야 할텐데. 엄마 찾아 삼만리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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