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30, 2015

우리 가족 고향 나들이

                                                                                              
온 가족이 한국을 가기로 했다. 직장 생활하는 아이들과 10년 만에 가는 남편이랑 다 같이 가는 거다. 이렇게 네 명이 다같이 한국엘 가는 건 처음이다. 갑자기 수 만가지로 생각이 얽혀든다.
미국 땅에서 한국인으로 살아 내 인생의 에필로그가 지금부터 쓰여지는가 싶다.  
아이들이 아이덴티티로 마음 고생했던 것을 애들이 다 커서 슬쩍 흘리는 말에서 알아 채고는 가슴이 저렸지만, 나부터가 아이덴티티를 두고 갈등을 하다 보니 매사에 우물쭈물하는 모습만을 애들에게 보여주며 살아왔다. 다시 도리켜 봐도 별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한국에 가서 어딜가나 자신만만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여 주자. 아이들도 자기들의 뿌리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챤스가 될 것이다. 
지난 설날에 집에 온 애들이 베케이션을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초등학교 여름방학 때 갔다가 땀띠가 가득나서 왔던 아들이 2년 전에 미국인 친구랑 한국으로 여행갔다 오고 나서는 한국은 그저 엄마 아빠의 고향이라는 생각에서 달라진 모양이다. 강남스타일에 힘을 얻었는가? 아이들이 부쩍 한국에 관심을 갖는다. 몇 년 전에 회사 일로 며칠 한국을 다녀 온 딸도 한국에 또 가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끼어 들었다. 그럼 우리 다 같이 갈까? 했다. 속셈이 있는 발언이었다.
  작년 가을에 어머니를 보러 갔다가 하루 씩 더 늙어가는 어머니를 두고 오면서, 모든 일 제쳐두고 또 와야지 속으로 다짐하고 있던 차다.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한국 TV에서 전국 날씨 정보까지도 시청하는 남편은 결혼 생활 30년 간 딱 두 번 한국을 다녀 왔다. 돌 하나로 새 여러마리를 잡겠다는 마음이다.
  다 같이 한국 가자라는 말에 남편은 '글쎄,그럴까?' 했고, 덥기 전에 가자고 하고, 회사 일로 눈코 뜰새 없는 딸도 베케이션 씨즌을 피해 가자고 했다. 그렇다면 5월이다. 꽃도 보고, 님도 보고. 애들에게 너희 부모가 이렇게 말도 잘하고 어딜가나 환영받는 사람이다를 보여 줄 챤스가 왔다. 자신만만하게 앞장 서서 서울 거리를 활보해야지. 
애들은 한국에 가서 아침부터 밤까지 부모들이랑 얼굴을 맞대고 있을 것이 걱정인가보다. 딴 호텔을 잡자고 한다. 디즈니 랜드를 데리고 갈 때의 그 애들이 아니다. 남편은 그게 어디 될 말이냐며 아들이 호텔 포인트를 써 주겠다는데도 방이 둘 있는 콘도를 얻자고 한다. 한국에 간김에 일본도 구경하자는 애들, 언제 거기까지 가냐는 남편. 아직 짐도 싸지 않았지만 각자의 의견을 맞추고 타협을 해야하는 우리 가족 왈가왈부가 연장이 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내 주장은 피지않는다. 친정 어머니한테 어른이 다 된 아이들도 보여 줄 일에 가슴이 부푼다. 우리 가족끼리만 질리도록 같이 다닐 수 있다는 일이 꿈만 같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고향 나들이가 정해졌다.  
웬만한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는 남편의 이번 여행 준비는 옷을 사는 일부터다. '그래도 좀 깨끗하게 하고 가야지.' 10년 만에 보는 친구, 가족들에게 보일 자기 모습에 신경을 쓴다. 
나는 동생들에게 줄 선물에 더 신경을 쓴다. 지금 중년 여성들이지만 내겐 미국으로 떠나버린 언니를 야속하게 생각했을 애틋하기만 한 어린 동생들이다.
애들이 외 할아버지 산소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작년에 돌아가신 작은 할아버지 산소에도 가야겠다.
이모들 고모들 양쪽에서 벌써부터 자기 집에서 식사하는 날짜를 잡자고 연락이 온다.
어제는 모자 쓰기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줄 채양 넓은 모자를 샀다. 
소풍 전 날 밤 하늘을 내다 보던 그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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