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30, 2015

뿌린 대로 거두리라

뿌린대로 거두리라


작년에 실패봤던 농사 올해는 성공해보리라 결심을 했다.
'하기 싫은 일에는 이유가 많고,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많다' 것을 깨달은 것은 바로 우리 마당 텃밭을 바라 보면서이다
아예 마당에 나가 일하는 것을 싫어 했다. 늘 바쁘기도 했지만 허리도 좋질 않다. 가끔씩 오시는 시어머니가 우리 마당을 지켜주셨다.  시어머니는 다녀가신 날 저녁 전화를 하신다.  '아까 오이 넝쿨 묶어 주다 왔는데, 나머지 네가 묶어 줘라." 나는 무조건 , , 대답을 하지만 덩쿨은 다음 시어머니가 오실 때까지 그냥 땅바닥에서 기어 다니기 쑤였다
시어머니가 다녀 가신 다음에는 풀들이 생생해진다. 동안 저절로 자란 것 같은 싱싱한 깻잎이나 부추로 반찬을 먹은 것도 실은시어머니 덕분이었다. 친정 어머니도 몇 년 만에 한번 씩 우리 마당에 기여를 하셨다. 지금은 우거져 있는 개나리도 친정어머니가 꺽꽂이 해주신 것이고 길가에서 캐어 다 거라지 앞에 심어 놓은 단풍 나무가 키 높이로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풍성한 마당을 20년이 넘게 당연히 여기며 살아왔다.
몇년 전 우여곡절 끝에 최신식 콘도에 가서 2-3년을 살게 되었다. 그러다가 또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이 집에 돌아 왔다. 마블로 된 부엌과 욕실에 기분이 붕 떳던 것도 잠시 흙 한점 밟을 수 없는 콘도 생활보다는 낡은 집에 손 바닥 만한 마당이 천상의 정원같았다. 아이비가 엉기고 기울어져 가는 담에 옛정이 깃들어 있다. 텃 밭 자리에 희미하게 부추가 있던 자리가 불쌍했다.
자연회귀에 가까와 진 나이가 되었나. 나는 본격적으로 마당에 눈을 돌렸다.
마치 농장을 인수한듯 감나무와 대추나무 묘목을 한그루 씩 사다 심었다. 원래 있던 밭을 다시 일구고 마당 한 구석에 또 다른 밭을 하나 만들었다. 커피 찌꺼기가 좋은 비료라며 통에 얻어 온 커피 찌거기를 밭에다 통째로 쏟아 부었다. 그렇게나 잘 자라던 깻잎도 비실비실, 부추는 실처럼 가늘고 토마토며 오이며 열매가 생기다 만다. 카페인에 찌들린 농사는 망해버렸다.
첫 해는 그렇다 해도 '올해는 잘 해보리라.' 희망을 가졌던 작년 농사도 실패를 봤다. 커피의 독이다 빠졌을테니 온갖 묘종을 사다 정성스레 심었다. 땡 볕에서 허리를 못 피며 농사를 지엇건만, 역시 수확이 없다. 30년세월에 해를 가리도록 자란 나무의 뿌리가 땅을 망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디 내년에 두고 보자, 또 다시 긴긴 겨울을 지내며 단단히 다짐을 했던 터다. 눈이 녹기가 무섭게 농사를 시작했다. 햇빛이 잘 들게 나무가지를 쳐내고 비료섞인 흙을 많이 뿌리자. 모히토 칵테일을 만들 박하 와 싸먹을 머위 풀도 심어 보자. 친정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흰테두리 나팔꽃 씨는 따로 가까히 뿌리고, 드라이브 웨이 가상자리엔 코스모스가 제격일테다라일락 모종 4개를 주위를 돌며 자리를 잡아 심었다라일락 향이 진동하는 마당을 그리며 정신없이 땅을 팠다. 그러다가 허리가 펴지질 않아 번번히 발로 땅을 기면서, 북한의 표어처럼 천삽뜨고 허리를 폈어야 했다.
매일 마당엘 나가봐도 씨 뿌린 자리에 아무 기척이 없다. " 이놈의 씨들이 나오는 거야 뭐야." 신경이 곤두섰다. 어느 아침동물이 밭을 헤쳐 놓은 걸 발견하고 약이 올라 주저 앉는다.
깨알 같은 싹이 돋기 시작하면 어느 것이 잡초인가밀히 들여다 본다. 아침에 것이 저녁에 보면 조금 자라있다. 부추 사이에 숨어 있는 콩알만한 클로버를 큰 맘 먹고 뿌리째  뽑아 버렸다. , 이제 고추토마토 모종을 심을 차례다. 우리 입맛에 맞는 고추는 한국가게에 가서 사와야겠지
거무스레한   끄트머리에는 작년에 스스로 돋아났던 도라지 순이 다시 불쑥 올라와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냘픈 연보라 꽃이 눈에 선하다.  감나무 입사귀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초여름에는 감잎차를 만들어야지. 아~ 올해 농사는 성공을 해야겠다.
뿌린대로 거두고, 심은데서 콩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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