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바이트(Apple Bite)
한쪽을 베어 먹힌 빨간 사과가 그려진 미용실 간판을 바라보며 차 뒷자석에 앉은 아들이 물어 본다. 엄마 저거 애플 바이트 라고 쓴거야? 나는 대답한다. “으흐응”.
엄마가 미국 식 억양으로 대답을 했다고, 아들이 대학생이 되어서야 한 이야기다. 어린 아들과의 그 대화는 생각이 나질 않지만, 내가 분명히 그랬었을 것이라는 것은 시인한다.
차를 타고 가면서 ‘ADAM & EVE’라고 크게 써있는 간판으로 영어공부를 시킬 수 있는 일거 양득의 챤스를 놏친 엄마는, 걸음마를 하기 전서부터 공부를 시키는 엄마들 기준에서는 자격미달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ADAM & EVE’라고 크게 써있는 간판으로 영어공부를 시킬 수 있는 일거 양득의 챤스를 놏친 엄마는, 걸음마를 하기 전서부터 공부를 시키는 엄마들 기준에서는 자격미달이다.
한번은 시어머니로 부터 조심스런 전화를 받았다. "요새 중간고사 기간이라는데, 희련이 인준이는 공부 열심히 하니? "하신다. 대수롭지 않은 듯이, “ 요새 중간 고사 본대요?” 하고는 "걱정마세요. 우리 애들 공부 잘해요.” 아마도 좀 높은 목소리를 냈을 수 도있다. 그러자 “그러게, 네가 좀 더 신경을 써주면 애들이 얼마나 더 잘하겠냐.”고 하신다.
어머니를 이해한다. 새벽부터 스케쥴이 빽빽하게 짜인 큰 집 애들에 비교하면 내 아이들은 매일 놀고 있는 셈이다. 과외공부도 안하고 특별활동도 별로 안 하니까 애들을 내버려 두고 있는 것 처럼 보셨을지도 모른다. 우리 애들은 공부를 잘 한건 사실이다. 성적표에는 A가 수두룩 했으니까. 내가 학교 다닐 때 받아오던 '중지상 中止上'성적표에 비하면 '상중상上中上'이다. 그러면 됬지 뭐. 나의 걱정은 성적에 있지 않았다.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사느냐였다.
어머니를 이해한다. 새벽부터 스케쥴이 빽빽하게 짜인 큰 집 애들에 비교하면 내 아이들은 매일 놀고 있는 셈이다. 과외공부도 안하고 특별활동도 별로 안 하니까 애들을 내버려 두고 있는 것 처럼 보셨을지도 모른다. 우리 애들은 공부를 잘 한건 사실이다. 성적표에는 A가 수두룩 했으니까. 내가 학교 다닐 때 받아오던 '중지상 中止上'성적표에 비하면 '상중상上中上'이다. 그러면 됬지 뭐. 나의 걱정은 성적에 있지 않았다.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사느냐였다.
첫 아이를 유아원에 보낼 때 ‘아이 원트 투 고우 투 베스 룸’을 외우게 하다가 잠시 망서렸다. 진짜 미국 아이들도 화장실 가고 싶을 때 이렇게 문법에 맞게 또박또박 말을 할까? 자신이 없었다. 한국이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말하기'부터가 문제가 되다니. 마음을 다졌다. '이미 상황은 주어졌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가 없다.' 애들이 스스로 헤쳐 나갈 힘을 키워줘야겠다는 비상 작전을 세웠다.
첫 째인 딸아이는 항상 나의 실험의 대상이 되었다. 뉴욕 타임즈를 구독했다. 엄마 아빠가 못하는 영어를 신문에서 좀 배우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딸은 영어의 근원 라틴어를 제 2국어로 선택하도록 권했고, 제일 중요하다는 SAT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중학교 들어가자 마자 미리 SAT시험을 보게했다. 그래야 스스로 공부의 방향을 터득하리라고 여겼다. 고등학교 때는 그림 잘 그리는 딸이 어려운 수학 반에 들어가 고생하길레, 미술 대학 갈 텐데 수학이 뭐 그리 중요하냐며 PTA 때 수학선생님에게 보통 반으로 옮겨 달라고 했다. 아들은 누나가 한번 지나간 뒤를 따라가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았다. 수 천개의 미국 대학 중 어딘가 웬만큼 괜찮은 대학에 갈 것은 뻔했기 때문이다.
첫 째인 딸아이는 항상 나의 실험의 대상이 되었다. 뉴욕 타임즈를 구독했다. 엄마 아빠가 못하는 영어를 신문에서 좀 배우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딸은 영어의 근원 라틴어를 제 2국어로 선택하도록 권했고, 제일 중요하다는 SAT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중학교 들어가자 마자 미리 SAT시험을 보게했다. 그래야 스스로 공부의 방향을 터득하리라고 여겼다. 고등학교 때는 그림 잘 그리는 딸이 어려운 수학 반에 들어가 고생하길레, 미술 대학 갈 텐데 수학이 뭐 그리 중요하냐며 PTA 때 수학선생님에게 보통 반으로 옮겨 달라고 했다. 아들은 누나가 한번 지나간 뒤를 따라가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았다. 수 천개의 미국 대학 중 어딘가 웬만큼 괜찮은 대학에 갈 것은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담 앤드 이브’를 ‘애플 바이트’냐고 물었을 때 ‘으흥’했던 것은 작전이 아니었다. 아이가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들었던 것이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낯 선 생활을 하다보니, 내 머리 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꽉 차있었다. 생활에 찌드른 엄마 였던 것이다.
‘아담 앤드 이브’ 를 지나 다닐 때마다 사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어떨 땐 그 사과의 빛이 바래기도 하고, 어떨 땐 새로 페인트 칠을 해서 새빨갛게 유혹적이다. 아니 이미 아담이 한 입 베어 먹었으니, 유혹의 역할을 마친 사과다.
만약 그 때 아이 말에 집중을 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노, 노노... 얘야. 저건 아담과 이브라고 쓴거야. 에이, 디, 에이 엠. 아담, 아이 브이 이 이브." 똑 부러지게 말했다면? 아마 상력을 막았을 수도 있다. 나중에 스스로 간판을 읽었을 때 엄마는 못 믿겠으니 내가 알아서 할 수 밖에 없구나 했었나보다. 아들은 SAT 영어에 만점을 받았다. 미술 대학을 1년 다니다가 누나가 콜럼비아 대학으로 전학을 하니까, 누나도 했는데 나도 한번 해본다고 조기입학 원서를 낸 아들도 콜롬비아 대학에 들어갔다.
만약 그 때 아이 말에 집중을 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노, 노노... 얘야. 저건 아담과 이브라고 쓴거야. 에이, 디, 에이 엠. 아담, 아이 브이 이 이브." 똑 부러지게 말했다면? 아마 상력을 막았을 수도 있다. 나중에 스스로 간판을 읽었을 때 엄마는 못 믿겠으니 내가 알아서 할 수 밖에 없구나 했었나보다. 아들은 SAT 영어에 만점을 받았다. 미술 대학을 1년 다니다가 누나가 콜럼비아 대학으로 전학을 하니까, 누나도 했는데 나도 한번 해본다고 조기입학 원서를 낸 아들도 콜롬비아 대학에 들어갔다.
비싼 학비에 허리띠를 졸이기는 해도, 나의 애플 바이트 교육 일기는 해피 앤딩이 되었다. 그 때 내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다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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