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30, 2015

이름 석자

한국 이름 석자


한국 이름에 무슨 죄가 있을까. 하이웨이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한국 여학생이 아무런 항의도 못하고  경찰서로 끌려갔다.  
경찰이 이름을 받아 적자마자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더라는 말을 해주던 학생의 어머니는 오래 전 일이었는데도 분을 이기지 못했다. 사고 현장에서 어깨를 다친 딸의 팔을 뒤로 제끼고 수갑을 채운 것을 말할 때 울먹이며 "그러게, 첨에 미국 이름을 지을걸 그랬어요." 한다.  
경찰이 지명 수배된 한국 이름으로 혼동을 했다는 건데, 실수라고 하기에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다.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름이 헷갈린 경찰의 실수를 완전히 나무랄 수 만은 없다.  나 역시도 우리 한국 이름을 자주 혼동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SANG HYUN CHUNG과 JEONG SOON PARK 이란 이름으로 초대를 하는 HYUN SUN BYUN 과  SOON HO CHUNG 의 결혼을 알리는 카드를 읽으며, 정신이 다 없었다. 누가 누구인지 어떤 연관관계인지를 살펴보는데 한참이 걸렸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 이름 석 자에 분명 죄는 없다. 있다면 혼동이 있을 뿐이다.
미국 사람의 성과 이름은 뚜렷이 구별된다. 남자 여자 성별도 확실하다. MARY, SUSAN, JENNIFER 는 분명 여자이고  JOHN, PETER, WILLIAM는 절대적으로 남자이다. Arnold Schwarzernegger과 Arnold Palmer가 뚜렷이 다르다.
그러나 한국 이름은 이름First Name과 성Last Name의 구별이 애매하고 모두가 서너개의 짧은 단어로 이루어진다. 남녀의 구분도 불 분명하다. 하이웨이의 그 경찰도, 한국 이름에서 성별이 분명했어도 수갑을 채우지 않았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Jung Young Kim 이란 이름을Jun Young Kim,  또는 Kim, Yong Jung 아니면 Jung Young Min과 혼동했을 것이다. 한국인 눈에도 어려운 데 하물며 미국사람 눈에야 오죽 더 할까.
신문 기사를 쓰다보면 한국이름을 영어로 써야 할 때도 있고, 영어로 된 이름을 한국이름으로 바꾸어 적어야 할 때가 종종있다. '정혜'를 어떻게 영어로 번역한다면 Jeong Hye, Jeong Hae, Jeong Hea, Jung Hye , Chung Hye, Jung Hae, Chung Hae, Chung Hea. 수학의 순열문제를 푸는 식이다.  예전에 한문자를 놓고 따지던 심오한 뜻은 온데 간데가 없이, Jung이냐,Joung이냐 Chung이냐, Jeong이냐를 놓고 고민을 한다. 반대로 Hea Suk이란 이름을 한국어로 바꾼다면 혜숙, 혜석, 해숙,해석, 희석, 희숙......끝이 없다. 약자가 끼이면 더 복잡해 진다. Sung H. Kim이란 이름을 보자. 김성훈, 김성호, 김성희, 김성혜, 김성환, 김승호, 김승희, 김승훈, 김승환, 김승혜, 김성화, 김승현, 김성회, 김승헌, 김성한.....한이 없다.
미국식으로 지은 이름도 김,이, 박 성과 함께 쓰여지면 마찬가지다.  내가 알고 있는 마이크 리, 데이비드 킴, 수잔 박, 제니퍼 리가 서 너명 씩 된다. 또 한가지 문제는 David Lee가 중국인인지,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고민거리가 된다.
여자 이름에는 할 말이 더 많다. 이민 초기에는 미국식을 따라 남편 성을 쓰던 여성들이 뒤 늦게 자신의 성을 찾는다. 그래서 여자 이름만 보고는 과연 남편 성인지 자신의 성인지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최근 트랜드인 자신의 성과 남편의 성을 같이 쓸 때에도,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일 경우는 이해가 되는데, Yong Hee Park Choi, Grace Kim Lee… 어색하기만 하다.
근본적으로 우리말 영어 표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미국사람들이 한국에 가서 푸산 Pusan을 부산으로 알 수가 없듯이 발음과 다른 영어 표기로 곤란을 겪는다고 한다. 우리 이름의 영어 표기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크게 다뤄져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그러나 요즘 태어나는 젊은 한인 가정의 애기들 이름에서는 희망이 보인다. 어느 집 손녀 딸의 이름이 예본Yebon이란다. 예수님을 본 받으라는 뜻이란다. 예진Yejin이는 예수님의 진리라고 했다. 한자로는 무슨 예자를 쓰냐니까 한자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구나. Jesus, 영어의 지저스나 스페인 어의 헤수스....그건 그 나라의 발음이다. 우리는 우리의 발음이 중요하다. 우리말로 의미있는 소리음 그대로를 영어로 표기한다는 참신한 발상이다. . 미래의 우리 이름이 한문이나 미국식 이름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나아갈 방향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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