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세탁소 아저씨
록스타 외교관이라고 불릴정도로 파워풀한 여성 힐러리 클린톤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4년 후에는? 오바마에게 참폐했던 힐러리가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으로서 보여준 역량은 누구에게나 그녀가 대통령의 꿈을 접지 않을꺼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10여년 전부터 뉴욕의 한 주택가로 이사와 살고 있는 클린톤 부부에 대한 이야기가 요즘들어 부쩍 더 신문지상을 장식하곤 한다.
어느 날 “좋은 이웃이 되어주고 있는 클린톤 부부, 언제까지 이 곳에 살 것인지?"라는 뉴욕 타임즈 기사를 읽었다. 챠파쿠아(Chappaqua)라는 부촌 오밀조밀한 작은 상가에 있는 스타벅스 뿐 아니라 와인 가게, 샌드위치 가게 등의 종업원들과 클린톤 부부가 얼마나 친근하게 지내는가를 다룬 이야기다. 기사 속에 실린 몇개의 사진 중 한 사진에 내 시선이 멈추었다. 빌 클린톤과 한국 아저씨, 빛 바랜 사진 속 한국인이 안면이 있는 얼굴이다. 클린톤 전 대통령 체중이 줄었을 때 양복을 줄여 준 그의 단골 세탁소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이라는 사진 설명이다.
뉴욕에 있는 세탁소 99퍼센트가 한국사람이 한다해도 될 정도이다. 대통령의 옷을 줄여 준 한국 세탁소 기사를 동포 일간지에 싣고 싶었다. 세탁소에 전화를 했다. ‘이게 뭐 기사꺼리가 되겠어요.’하는 세탁소 주인 정대웅 씨는 오래 전에 같은 교회를 다녔던 사람이다. 전화로 몇가지 질문을 하고 기사를 꾸며볼 생각도 했지만, 직접 가서 보기로 했다.
약속한 날 세탁소엘 찾아 가니 “ 조금 전에 클린톤 집에서 옷 줄일 것이 있으니 와 달라는 전화가 왔어요.” 라며 같이 가도 괜찮을 거라고 한다. 예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클린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었다는 것이다. 아니 이런 차림으로 어떻게 대통령 집에? 그러나 두번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약속한 날 세탁소엘 찾아 가니 “ 조금 전에 클린톤 집에서 옷 줄일 것이 있으니 와 달라는 전화가 왔어요.” 라며 같이 가도 괜찮을 거라고 한다. 예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클린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었다는 것이다. 아니 이런 차림으로 어떻게 대통령 집에? 그러나 두번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호젓한 길을 따라 간 숲 속에 어디서나 보는 전형적인 한 저택이 나타났다. 정문 옆 수위실에서 경비아저씨가 나오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를 바느질 조수 로 알았는지 운전 면허증 맞기라고 하고는 무사통과시킨다. 긴장된 마음으로 정원으로 들어서는데 현관을 열고 비서 아저씨가 우리를 맞는다. 정 씨가 나를 자기랑 같은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자 여기도 무사통과다.
집안에 들어서자 한 구석 책 장앞에에 웬 늘수구레 한 아저씨가 앉아 있다. 미처 빌 클린톤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하이” 하는 쉰 듯한 목소리를 들었다. 가슴이 덜컹했다. ‘에구 저 사람이 클린톤이네’ 라벤다 색 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저 아저씨가 그 유명한 빌 클린톤 대통령이란 말이지. 그는 책을 둘추며 비서에게 ‘ 옷들 다 준비했냐’고 묻는다.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아 이상할 정도였다.
집안에 들어서자 한 구석 책 장앞에에 웬 늘수구레 한 아저씨가 앉아 있다. 미처 빌 클린톤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하이” 하는 쉰 듯한 목소리를 들었다. 가슴이 덜컹했다. ‘에구 저 사람이 클린톤이네’ 라벤다 색 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저 아저씨가 그 유명한 빌 클린톤 대통령이란 말이지. 그는 책을 둘추며 비서에게 ‘ 옷들 다 준비했냐’고 묻는다.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아 이상할 정도였다.
더 이상 내 신분을 속이면 안됀다. 목청을 가다듬고 이실직고를 했다. “실은, 나는 한국 신문 기자인데, 뉴욕타임즈 기사를 읽고 우리 한국 커뮤니티에 정 씨를 알리고 싶어서 함께 왔다.”고 말했다. 사람 좋게 생긴 비서가 별 일 아니란 듯이 쉽게 오케이한다. 대통령도 내 말을 들었을텐데 아무 말 않는다.
길다란 철봉같은 옷걸이에 수 십벌의 양복이 걸려있다. 대통령은 곧장 맨 끝에 걸린 옷부터 입고 세탁소 아저씨는 재고 바늘을 꽂는 작업을 시작한다. 양복 바지를 할 때엔 옆방으로 가서 갈아 입고 나온다. 정대웅 씨가 슬쩍 “사실 내 앞에서는 그냥 바지를 벗고 바지를 입어요.”귀뜸한다.
소매를 당기고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세탁소 아저씨에게 온 몸을 맞기고 선 빌 클린톤 대통령은 정말 이웃집 아저씨다. '이 옷은 내가 좋아하는 옷이다.' '이 바지는 잘 맞았었는데, 이제 헐렁해 졌다. 하긴 늙은 사람 바지들이 다 이렇지 않냐.' 서스름이 없다.
줄로 재고 바늘을 꽂고 하는 동안 내가 슬슬 질문을 하면 대통령은 술술 대답을 한다. ‘힐러리랑 오랜 만에 주말을 같이 보내게 되어서 강아지 데리고 하이킹을 할 것’이고, ‘ 다음 주엔 시카고로 아프리카로 일하러 갈 것’이라서 '멀리 안가는 것이 우리에겐 바로 베케이션이다’면서 정말 서스름이 없다.
몇 년 전 딸 챌시의 결혼식에 나타난 날씬해진 빌 클린톤의 모습에 세상이 다 놀란 적이 있었다. 심장에 문제가 생긴 이유도 있었지만, 딸을 데리고 들어가는 날씬한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어서, 그 좋아하던 햄버거 같은 정크 푸드를 멀리하며 24파운드를 뺐다고 했었다. 그러나 2010년도에 또 한번 심장 수술을 하고 나서는 철저하게 채식주의가 되었다. 그래서 또 옷을 줄이게 된 것이다. 아마도 갖고 있는 옷은 다 줄이는 것 같았다. 시종일관 “예스”라는 대답만 하는 우리 세탁소 아저씨 얼굴에 미소는 사라지질 않는다. 그 많은 양복 대부분이 선물 받은 것이라며 비서가 일부러 보여 주는 양복 안 주머니에 수 놓아진 이름들이 다채롭다.
마지막 옷을 옷걸이 한쪽 끝에 거는 것을 보며 다 끝났구나 하는데 대통령이 “잠깐만.”하더니 2층으로 올라 갔다가 베이지 색 양복 하나를 들고 온다. “이거 1992년 전당대회 때 입은 것이지…...”하면서 감상에 젖는 표정이다. 이제 다 끝났나 했더니, 아참참. 대통령은 또 후다닥 2층으로 올라 간다. 손에 바지 두어 개가 들려 있다.
옆 방에 가서 바지를 입고 나오는 대통령에게 “우리 같으면 옷이 안 맞는 것이 새 옷을 살 가장 좋은 핑계가 되는데요.” 했더니 “우리는 어릴 때 경제 대공황을 지낸 세대라서 내핍생활이 몸에 베어있습니다.”한다. 나를 의식한 대통령의 ‘ 정은 오랜 친구처럼 믿음직 해요. 들쑥 날쑥한 내 바쁜 시간을 다 맞추어주거든요.” 한 마디에서 엄청나게 다른 신분 사이에 두꺼운 신뢰가 채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클린톤家가가 이사 온 처음에 비밀로 근처 세탁소 몇개를 다녀보고 나서 정대웅 씨의 ‘타운 앤드 칸튜리’세탁소가 가장 약속시간을 잘 지켜서 정했다고 한다.
양복 몇개를 직접 들고 우리들을 현관까지 배웅을 하는, 핸섬하고 마음 좋은 이웃집 키다리 아저씨 빌 클린톤 전 대통령에게 나도 모르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짧은 시간에 친근해진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건강하세요. 미스터 프레지던트’라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양복 몇개를 직접 들고 우리들을 현관까지 배웅을 하는, 핸섬하고 마음 좋은 이웃집 키다리 아저씨 빌 클린톤 전 대통령에게 나도 모르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짧은 시간에 친근해진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건강하세요. 미스터 프레지던트’라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후기:
영화 <Sleepless in Seattle>, <When Harry met Sally>, <You’ve Got Mail > 그리고< Julie and Julia>의 스토리를 쓰고 또 감독도 하고 아카데미 상도 탄 ‘노라 애프론(Nora Ephron)’이 지난 6월 26일, 71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인터넷에서 노라 애프론의 좌담회 동영상을 봤다. '죤 F 캐네디 시절, 화이트 하우스 인턴을 할 때 단 한번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단 한명의 여자 인턴이었다'고 해서 방청석 관객들이 폭소를 터뜨리는 장면이다. 모두들 마리릴 몬로와 캐네디 대통령 뿐아니라 클린톤과 루윈스키를 떠 올렸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대통령의 손을 잡고 스스로 눈을 마주친 단 한명의 나이 60세 한국인 여자 저널리스트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동영상 속에 들어가 앉은 듯이 한참을 웃었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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