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30, 2015

그랜마 모세즈

그랜마 모세즈


모세즈 할머니(grandma Moses)는 70세가 넘어서 그림을 시작했다. 평생을 농사꾼으로 지낸 사람이다.
그랜마 모세즈의 그림은 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미국의 시골 마을 풍경들이다. 나무며 사람이며 소나 말과 집들이 원근법을 무시한 채로 오밀조밀 그려져 있다.  현대 미술에 길 들여진 눈에는 이발소 그림보다 더 촌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도 너무 비싸서 보통 사람들은 살 수가 없는 그의 그림이 우리 눈에는 익숙하기만 하다. 특별히 겨울 풍경은 미국사람 뿐 아니라 한국사람에게도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하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세상이 눈으로 덮인 마을에 초록색 향나무가 서있고, 연못에서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탄다. 뾰족탑 교회당 앞에 마차를 세워 놓고 긴 코트에 모자를 쓴 어른들이 삼삼 오오 서있다. 차가운 겨울 풍경이지만 온기가 품어나는 이 그림들이 우리가 어릴 때 부터 잘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카드의 장면들이다. 다만 그림을 그린 사람이 그렌마 모세즈인줄을 몰랐다. 
겨울 방학이 가까울 무렵이면 의례히 문방구에 가서 크리스마드 카드를 사곤 했다. 눈 덮힌 전나무의 층층 선을 따라 반짝이가 붙어있어서 더욱 신비스러운 동화 같은 그림들을 하나 하나 보면서 무엇을 고를까 망서린다. 크리스마스 트리 밑ㅇ 선물 꾸러미가 쌓이고 양말들이 걸린 벽난로가 있는 집은 어떤 집들일까. 크리스마스 카드야 말로 머나 먼 서양의 나라를 동경하게 해 준 장본인이 아닐까.
내 집 앞에 서있는 전나무에 수북히 쌓여 있던 눈이 녹아 내릴 때면 카드의 은빛 반짝이가 따로 없다. 그랜마 모세즈를 알고 부터는 유난히 그의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그랜마 모세즈를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서 크리스마스 카드 그림과 같은 작품을 보면 예수님이누군지도 모르면서 공연히 크리스마스 때면 징글 벨 소리에 기분이 붕 뜨던 내 어린시절에 잠시 머물게 된다. 
춘하추동 세월 따라 연두색 초록색 주홍색으로 바뀌는 마을 풍경에서는 도시를 좋아하는 나지만 모든 것 다 놔두고 시골에서 살고픈 마음을 자아내게 해 준다. 아이들은 뛰어 놀고 송아지가 풀을 뜯고 오리들이 줄 지어 걸어 가고 있다. 훨훨 타는 장작더미 위에 걸린 무쇠 솟에서는 김이 솟아 오르고  아낙네들이 구어낸 파이와 시원한 아이스 티가 입맛을 당긴다. 자연을 따라 사는 자연과 함께 하는 삶, 평화 그 자체다.
1860년 뉴욕 시골에서 태어난 모세즈 할머니는 한 농기에 뜨게질과 퀼트를 했는데, 나이 들어 손에 관절염이 생겨서 할 수 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단다. 동네 상점에 걸어놨던 그랜마 모세즈이 그림이 지나가던 뉴요커 눈에 띄었고, 곧 이어 모마에서 전시가 되고, 홀 마크 카드가 되어 대한 민국 서울 한 구석 문방구까지 날라 온 것이다.
그 당시 2달라 짜리 그림이 지금은 100만 달라가 된다. 온 인생을 그림에 건 화가하고는 거리가 아주 먼 시골의 농사꾼 할머니가 문턱 높은 갤러리를 껑충 뛰어 넘고 세계적인 화가가 될 줄이야.
가끔 뉴욕 북쪽 시골로 여행을 하다가 상점에 그림이 걸린 것을 보면 꼭 그랜마 모세즈를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떨 땐 마음에 드는 그림을 한 두점 사기도 한다. 무척 싸다. 누가 알랴. 로또 당첨처럼 언젠가 비싼 예술작품으로 변신을 할지.

어릴 때 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화가가 되지 않은 내가 이제라도 그랜마 모세즈처럼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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