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30, 2015

축구 아빠

아이의 축구와 아빠


뉴욕 한국일보 기자 생활을 할 때 아들 녀석과 남편에 대해 쓴 기자수첩이 있다. 993년 10월 21일자, 오려 두었던 스크랩은 누렇게 바래어 있었지만, 그 때의 내 기분은 마치 10월의 차가운 공기처럼 코 끝에 생생하다.
'많이 먹어라.너 또 넘어진다.' 아들에게 씨리얼을 더 쏟아 주고 긴 소매 셔츠와 긴 바지를 입혔더니, 남편은 '뛰면 덥다.'며 짧은 소매 셔츠와 반 바지로 갈아 입히는 이야기를 쓴 것이다. 나는 베리베리한 아들 녀석이 한 시간 정도 공을 차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남편은 달랐다.
졸망거리는 아이들 시합을 팔장 끼고 열심히 보다가 두리번 거리는 아들에게 손짓을 하기도 하고 자기 혼자 중얼 거리기도 한다. 이리 저리 밀려다니다가 한 두번 공을 차고 또 한 번 쯤은 넘어지며 게임을 끝낸 아들을 차에 싣고 나면 그 때부터는 남편이 축구를 한다. "인준아. 아까 알랙스가 공을 너무 오래 갖고 있었잖아." 저쪽 팀들도 하나 제대로 되 놈 없다며 8번 선수가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했다는 등 아이가 알아 듣는지는 상관이 없다. 맥도날드라도 들리면 냅킨에 운동장과 꼴대를 그려놓고 작전까지 짠다. 다음 번 시합 때까지 저녁 밥상에서 축구가 계속된다.내 눈에는 아들이 운동 선수가 될 소질이 없어 보이는데도 아침이면 집 앞 작은 잔디 밭에서 툭툭 공차기를 시키고 나서야 학교에 보냈다.
아직 사커 맘(soccer mom)*이란 말이 없을 때였는데 남편은 진정 축구 아빠 즉 사커 대디(Soccer Dad)였다.
이 때 아들 인준이가 7살이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하기 21년 전 일이다. 2002년도 월드컵 때에는 마침 한국에서 오신 작은 할아버지랑 같이 새벽에 일어나 축구를 보던 인준이가 월드컵 취재 팀에 뽑혀 브라질엘 갔다. 대학 졸업 후 뉴욕 타임즈 기자가 되었을 때 보다 더 감격을 했다. 만감이 교차되었다. 남편은 더 했으리라.
축구 장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뒤 편에 서있기 일쑤더니 고등학교 대표팀의 주장까지 하고 학교 가기 전에 현관 바닥에 뉴욕타임즈를 펼쳐놓고 스포츠면을 읽고 가더니......
남편은 아들의 월드 컵 기사를 만나는 사람한테마다 자랑한다. 아들 자랑 재미를 톡톡이 볼 자격이 있음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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