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30, 2015

디아 비컨

                                     디아 비컨

    ‘한번 더 가봐야지하던 ‘디아 비컨(Dia : Beacon)’엘 갔다

     뉴욕시 북쪽 비컨(Beacon)이라는 도시에 있는 디아(Dia)’는 맨해튼 첼시(Chealsea)에 있는 뮤지움 디아의 분점이다. 첼시의  디아를 처음 가보았을 때는 회색의 좁다란 3-4층 작은 건물을 보고 뉴욕의 그 흔한 갤러리의 하나 쯤으로만 생각했었다. 층마다 다른 색으로 칠해진 가파른 층계가 꾀 인상적이긴 했어도 뮤지움이라 부르기엔 초라해 보였다.
    그 후 '디아'가 우리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다녀온 적이 있다. 시골 동네에 있는 뮤지움 치고는 의외로 큰 규모에다가 유명한 작가의 어마하게 큰 작품들이 많아서 언제 한번 다시와서 천천히 잘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언제 한번이라는 말이 쉽게 10년을 갔다.

    맨해튼서부터 북으로 이어지는 브로드웨이는 웨체스터를 지나가면서 루트 9’이라는 도로로 바뀌는데, 신호등이 하도 많아 바쁠 때는 돌아 가더라도 차라리 하이웨이를 택하게 되는 길이다. 어느 봄날 나는  '루트 9'을 따라 '디아 비컨' 찾아갔다.

   한적한 동네 길에 들어서서 우회전 좌회전을 몇 번을 하고 언덕 길을 내려가니 디아가 있었다. 넓직한 공터 한 가운데 네모난 붉은 벽돌 빌딩은 기억보다 나즈막했고, 역시 또 뮤지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조용하기만 했다.  그러나  주차장엔 차가 빼꼭히 차있었다.

     찬 바람이 부는 주차장을 가로 질러가 뮤지움의 문을 열자 웅웅거리는 말소리와 함께 훈훈한 커피 냄새가 확 풍겼다. 입구 카페에는 맨해튼에서나 볼 것 같은 젊은이들이 꽉 차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정숙한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늙수구레한 아시안 여자라서 좀 주늑이 든 듯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뚜벅뚜벅 구둣발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그 박자 마추어 걸으며 눈에 익은 컨템포러리 아트들을 바라 본다. 저런 이상한 작품을 만든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좋다 싫다를 떠나서 하나 하나 작품마다 하나 하나의 인생이 느껴 진다. 광활한 전시실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일까. 숙연해진다. 그 보다는 이리 저리 헤매며 걸어온 나의 인생 여정 때문이리라.

 지하로 내려가니 녹슨 두꺼운 철판이 휘어져 높은 벽을 이룬 리챠드 시에라의 조각이 눈 앞을 가로 막는다. 검 붉은 담벼락 사이로 걸어 들어가 어린애처럼 빙빙 돌아 짧은 미로를 빠져 나가 건너편 문을 열자 확 트인 허드슨 강이 펼쳐졌다.

 회색물감을 막 풀어낸 듯한 강물이 흐린 하늘과 닿아 있었다. 뜻 밖에 아는 사람을 만난 듯 , 그렇지 정말 여기 허드슨 강이 있었지…… 놀람과 반가움이 엇갈리는데 강물은 아무 말이 없다.
  이 만큼 상류로 올라 왔어도 강 폭이 참 넓구나. 강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강을 보았다. 무심했던 강의 표정에 초록색과 주황 빛이 감돌며 넘실 넘실 흔들린다. 내가 보는 동안에 건너 편 육지를 따라 그어진 구불거리는 곡선이 살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컨템포라리 작품이 된다.

    애초에 그 언저리에서부터 미국생활을 시작했건만 이렇게 아름다운 강을 나는 왜 내 인생 속에 엮어 놓지를 못했을까늘 지나쳐 다니기만 했구나. 하도 친해서 무심하게 대했던 친구를 새삼 발견한 기분이 이럴 것인가
     허드슨 강이 말을 한다. '늘 너의 옆에 있었지만 나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잖아.'라고. 나도 허드슨 강을 향해 말을 했다. ‘그래 너, 이 황량한 뉴욕에서 겪어 낸 타향살이가 어떤건지 알기나 해?’ 그러자 강은 구름사이로 들어난 하늘 빛을 반짝반짝 반사시킨다. 
맞다. 이제는 내가 허겁지겁 살던 일에서 좀 벗어난 모양이다. 마음을 강물에 담그고 넋없이 서있기까지 하고 말이다. 

    'US 9 ' 하이웨이를 운전하며 집에 오는 길 내내 저 만치서 허드슨 강이 나를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아니 내가 허드슨 강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던가 언제 한번은 더 디아 비컨을 가 볼 생각이다. 그 때에는 어떤 내가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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