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30, 2015

먼데서 오시는 손님


 먼데서 오시는 손님

       '친구가 있어 멀리서 스스로 찾아 오니 이 아니 기쁜가, ' 有朋而 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유붕이 자원 방래 불역 낙호)' 공자의 말씀에서도 그렇고,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손님’이란 말에도 어딘지 기쁘고 좋은 이미지가 들어 있다. 어릴 때 집에 손님이 오신다 하면 공연히 마음이 들떠서 엄마의 심부름을 도 맡아 하며 좋아 했다
그런데 뉴욕에 살면서 손님이 오신다는 말에 한숨을 쉬던 때가 있었다.
       수 없이 맞이하는 손님들. 관광 여행이건 사업 차건, 유학으로 오던 간에 미국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꼭 뉴욕을 먼저 거쳐 가는 것 같았다. 유학을 와도 인사차 우리집에 먼저 들렸다 가는 학생들은 방학이나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때 면 또 다시 우리집 엘 찾아 온다. 
     처음엔 엠피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꼭 가야겠지하면서 덕분에 우리도 맨해튼에 나가 구경하고 챠이나 타운 가서 저녁도 먹으며 재미있는 시간을 지냈다. 자유의 여신상이나 쌍둥이 빌딩을 손님들 덕분에 구경을 했다. 샤핑을 해야 하는 손님들 따라다니며 나도 덩달아 물건을
 사기도 했다.      
다람쥐 채바퀴 같던 생활에 손님들이 오시면 좋았다. 내의며 김, 멸치, 고추가루 등 선물도 푸짐하고 집안이 북적되어 좋았다. 애들에게도 우리 한국의 뿌리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다가 사정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채바퀴가 어떻게 도는지 모를정도로 생활을 바뻐지면서 손님 수도 부쩍 늘어 갔다.   "누가 또 온다는 거예요?" 전화를 내려 놓는 남편을 보며 '아휴' 한숨을  쉴 정도였다. 
한국이 점점 더 잘 살게 되면서 관광이나 사업차 출장 오는 사람들 뿐 아니라 환갑여행유럽여행성지순례 가는 김에 뉴욕에 들리시는 분미국 구경 못한 아들이 군대 가기 전에 한번 데리고 오는 분까지 줄을 잇는다. 유학생들 부모님이 졸업식이라고 오시고 또 이사짐을 싸 주러 오신다.  
이런 사정은 우리 만이 아니었다. 버팔로에 사는 친지는 샤워 실에서 쏴~ 하는 물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날 정도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다녀 왔다고 한다.  또 누구는 한국에서 오신 시부모님을 만나로 다른 지방에 사는 친척이 방문을 하니 집이 풀 하우스라고 했다. 공항에 모시러 가고 모셔다 드리느라 생활의 리듬이 깨졌다고 투정을 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손님이 줄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줄은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 오던 손님이 줄은 것이다. 한국 사람들도 대충 영어를 할 줄 알고, 웬만한 뉴욕 관광은 다 했으므로 편리하게 호텔에 묵고 우리 랑은 한번 쯤 세련되게 만나곤 한다. 어떨 땐 다녀갔다고 나중에 연락을 해온다. 
한 때 손님이 줄을 서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이민자들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방향을 돌려 바다 건너 편으로 가면 이 비슷한 이야기가 순서적으로 엮어질 것이다. 한국 사람들도 예전에는 미국서 오는 손님들을 반갑게들 맞이 했으리라. 미제 선물도 환영이었다.  
어느 때 부터인가 미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측은해 지기 시작했다. 고작 미제쵸코렛을 들고 오는 유행에 뒤떨어진 행색을 불쌍히 여겨 온 갖 맛집 데리고 다니며 푸짐하게 대접을 했다. 
이제 그것도 달라졌다. 미국서 왔다고 모든 일 제쳐두고 만나주던 일도 없어졌다. ‘나 왔어.’는 다이알 전화기 만큼이나 오래된 방법이다. 스마트폰이 있어서 매일매일 시시한 일까지 주고 받으니 서로 궁금한 일도 별로 없다.
얼마전 동생에게 한국에 가겠다는 연락을 하니까 다녀 간지 몇 달 안 됐는데 '또와?' 한다.  
쵸코렛이며 비타민 사들고 10년 만이다 20년 만이다 어렵게 시간내어 고향을 찾던 이민자들의 생활 상도 변했다. 이제는 너도 나도 동편제다 서편제다 하며 관광차 한국을 간다. TV에서 본 '풍물따라 맛따라' 시골 구석구석을 찾아 다닌다.
세상은 달라졌지만, 긴긴 시간을 달려 온 손님에 대한 마음까지 달라 지지는 않았다. 가끔 한국 서 온 친구가 머물고 있는 맨해튼 호텔에 가서 하룻 밤을 같이 자고 온다. 멀리서 나를 찾아 온 친구는 무조건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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