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나의 강인한 의지력이나 지혜로운 판단력이 힘을 못 쓴다. 이 모든 것이 아무 소용 없다. 날씨 앞에서는 오로지 순종 밖에 없다.
소풍 가기 전날 밤 과자가 든 배낭을 머리 맡에 두고 제발 비가 안 오길 바랬던 간절함이 다음 날 아침 얼마나 여러번 무너졌었는지. 내가 용띠라서 그렇다고들 했다. 우리 학년에 용띠 말고 뱀띠도 있었고 토끼띠도 있었을텐데, 선생님은 무슨 띠였을까?
결혼식에 비가 오면 좋다고도 한다. 야외 행사 때 비가 안 오면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셨다고 한다. 인간의 사정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날씨에게 사람들이 붙이는 해석들이다. 1950년대, 60년대에는 믿지 못할 일을 두고 ‘때때로 곳에 따라 비가 내린다.’는 식의 일기 예보에 비유하기도 했다. 오후에 비가 온다며 친절하게도 우산을 들고 나가라고 권하는 아나운서의 말이 맞을 때 보다는 하루종일 들고 다니던 우산을 놓고 들어온 적이 더 많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항상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인다. 과학이 발달할 수록 날씨를 가늠하는 수준도 올라갔다. 열흘 앞을 내다보며, 하루 중에도 시간 단위로 몇 퍼센트의 비가 올거라는 예측까지 한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바로 내일 날씨도 믿을 수 없는 것은 다를 바가 없다.
골프가기 며칠 전 부터 남편과 나는 날씨를 살핀다. 비가 올까 안 올까 궁금해 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완전히 다르다. 이웃이 부추키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가기로한 부부동반 골프 였다. 일기예보에 화수목금토 내내 비가 오는 그림이 떠있다. 이걸 믿을 수 있을까? 나는 비가 와서 안 가게 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남편은 비가 와서 골프를 못 갈까봐 걱정을 한다. 일기 예보를 살피는 두 사람의 심정은 시시각각 바람에 흔들린다.
비가 온다던 화요일은 꾸물꾸물하기만 하고 비는 오지 않았다. 수요일엔 비가 왔다. 남편은 에이~ 하면서 스마트 폰을 연다. 계속해서 금요일까지 하루 종일 비다. 그리고 토요일은 이른 아침까지만 비 그림이 그려져있고 나머지는 해다. 그렇다면 토요일 낮부터 개인다는 소리다. 비가 안오면 골프를 쳐야 겠지? 그러면 할 일들을 미리 다 해두어야만 하는데, 토요일도 비라더니. 다시 컴퓨터 Weather.com을 찾아 보고 다시 스마트 폰을 열어 본다. 저녁에는 TV 일기예보까지 본다.
비가 안오면 골프를 가는 거고 안 오면 못 가는 건 정해진 일인데도 골프 갈 준비는 하지 않고 하릴없이 여기저기 일기예보를 살핀다. 미리 좀 알고 싶은 거다. 아니 비가 확실히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 골프 치는 그 긴 시간이 나는 아깝기만 했고, 남편은 모 처럼의 기회가 좋기만 하다. 한창 나이에 가게를 운영하느라 그 좋아하는 운동을 못한 남편이 얼마 전부터 다시 골프를 시작하 것이다. 더구나 싫다는 나에게 억지로 골프를 치게 해놓고는 처음으로 와이프 까지 데리고 가는 골프이니, 기대가 클 것은 분명하다.
비가 안오면 골프를 가는 거고 안 오면 못 가는 건 정해진 일인데도 골프 갈 준비는 하지 않고 하릴없이 여기저기 일기예보를 살핀다. 미리 좀 알고 싶은 거다. 아니 비가 확실히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 골프 치는 그 긴 시간이 나는 아깝기만 했고, 남편은 모 처럼의 기회가 좋기만 하다. 한창 나이에 가게를 운영하느라 그 좋아하는 운동을 못한 남편이 얼마 전부터 다시 골프를 시작하 것이다. 더구나 싫다는 나에게 억지로 골프를 치게 해놓고는 처음으로 와이프 까지 데리고 가는 골프이니, 기대가 클 것은 분명하다.
일기예보라는게 사람을 웃읍게 만든다. 폭풍이 온다고 요란하게 경고를 해서 집안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여두고 잔뜩 대기하고 있었지만, 빗방울 좀 떨어지다 만 적도 있고, 갑자기 비바람에 나무가 뽑히고 온 동네 전기가 나가는 일을 겪기도 한다. 생명을 나뭇잎처럼 날려보내는 태풍과 폭설과 천둥번개, 바싹 타들어가는 가뭄 앞에서는 그야말로 벌레보다 못한 인간이다. 겨우 골프 가는 일로 이러구 있는 내가 한심하다. 남편을 위하는 아내 역할을 하려고는 했지만, ‘비가 오는데 어떻게 해.'라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던 것이다.
비가 온다던 목요일에 비가 오질 않자 남편은 아이폰을 들여다 보며 더 초조하다. ‘어허, 내일부터 또 비가 오는걸로 나오네.’ 그 마음을 알것 같다.
드디어 골프 가는 날이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찌푸둥둥 하던 날씨가 갑자기 밝아진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해가 나타나더니 다시 구름 속으로 들어 간다. 부엌 창밖으로 하늘을 바라 보다가 불현듯 며칠 동안 억메어 있던 날씨를 툭 내려 놓는다.
비가 안 오면 남편은 신이 날꺼구 나는 모처럼 순종하는 아내가 되니 이 아니 좋은가. 비가 와서 골프를 못 치는 대신 남편은 하루 종일 낮 잠 자며 잘 쉬면 된다. 아침에 개이고 나중에 골프 장에서 비가 내린다? '까짓거. 비좀 맞지 뭐.' 무슨 큰일이라구. 드디어 골프 가는 날이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찌푸둥둥 하던 날씨가 갑자기 밝아진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해가 나타나더니 다시 구름 속으로 들어 간다. 부엌 창밖으로 하늘을 바라 보다가 불현듯 며칠 동안 억메어 있던 날씨를 툭 내려 놓는다.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인간이 어찌 날씨 타령까지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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