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19, 2015

어웨이크닝

어웨이크닝 awakening


소설가 케이트 쇼팽이란 이름을 북클럽에서 처음 들었다.
1899년 발표 된 ‘어웨이크닝’이란 작품은 악평을 받았다고 한다. 주인공 여성이 보통 가정의 정숙한 부인으로서는 생각 할 수 없는 자유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1879년 노라가 집을 뛰쳐 나갔다는 이유로 연극 공연까지 취소되었던 ‘인형의 집’ 이후 아마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여자가 남자의 인형노릇에서 벗어난 이야기였는가보다. 어쨋든 웬만큼 작가로서 알려져 있던 케이트 쇼팽은 그 소설로 인해 출판계에서 외면을 당했고 5년후에는 세상을 떠난다. 

잊혀졌던 ‘어웨이크닝’이 70여년이 지나 재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특히 패미니스트들에게는 필독서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북클럽 선생님인 영문학 교수는 이 책을 대학 1학년 때 과제로 읽었는데 20대인 그 때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뭘 알고 숙제까지 써 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노년에 가까운 북클럽 맴버들은 가정에서 부터 남녀 불평등을 겪는 이야기와 요즘 한국의 젊은 여자들이 커리어를 갖기보다는 돈 많은 남자에게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들을 했다.  
할 수 없이 인형으로 사는 것 하고 자진해서 새장 속으로 들어가는 새하고는 천지차이다. 하긴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이 인형인줄 모르고 살고 있다. 까마득한 원시시대 언젠가에 모계사회가 있었다고 배웠다. 그것이 무슨 이유로 끊어져 버렸는지 모르지만 창세기부터  이 세상은 남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100년도 안 됀 짧은 역사 속에 여성의 위치가 조금씩 변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100년 세월이 더 걸리면 남녀가 완전 평등한 사회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 과연 남녀 평등이라는 것이 존재할런지.
케이트 쇼팽은 여자가 남자의 종속 물로 살고 있는 것에서부터 나오라고 외쳤을까? 아니다,
주인공 에드나 폰티엘리가 어느날 밤 울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감정의 움직임에 충실하여 외간 남자를 불러 내고, 서서히 남편에게서 독립하는 것 까지,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까지, 케이트 쇼팽은 여자에게 '깨우치라'고 속삮이고 있었다.
'…………. 한마디로, 미세즈 폰티엘리는 이 우주속에서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이 세상과 자신과의 관계를 깨우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28살이라는 젊은 여성이 감당하기에는 무거운 지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여성들에게나 내려주시는 성령의 은혜로우신 지혜보다 더 지혜로운 것이다…………'
어린시절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다 뛰쳐 나와 초원을가로 질러 뛰어 간 일을 회상하는 에드나는, 그 때 처럼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목적없이 안내자 없이 초록색 들판을 뛰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유독 여자여서만은 아니다.우리는 뚜렷한 의식을 갖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끈에 메여 살고 있지 않은가.  불행으로 끝나는 소설의 주인공은 적어도 생애 처음으로  ‘자유’의 느낌을 누린다. 1899년에는 여자가 자유의 느낌을 맛 본것을 탓했다. 지금은 달라진 세상이다. 여자가 자유롭게 산다지만, 과연 나는 진정한 '자유'를 알고 있는가. 진정한 자유를 누려봤을까?

케이트 쇼팽이 말하는 것은 여성이건 남성이건 이미 세세히 그어진 인생잣대에서부터의 순수한 해방이 아닐까.

어웨이크닝을 읽으며 내 자신이 새삼스럽게 어웨크닝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 눈 앞에서 온 세상이 뱅뱅 돌며 시시각각으로 요동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가지 않더라도. 진정으로 내가 찾아내야 할것은 내 자신이며 그것을 각성하는 일이 급하다는 생각이다. 짧은 인생을 산 케이트 쇼팽이 흘리고 간 한마디 ‘어웨이크닝’이 60년 넘은 나른한 잠에서 나를 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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