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움 데이
미국 신문에 난 LEE UFAN 이라는 이름을 이우환 이라고 읽는데는 약간 시간이 걸렸다. 아, 이분이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던가. 구겐하임에서 우리나라 화가의 특별 전시를 하기는 백남준 회고전 이후 처음이다.
때를 맞추어 건너 편 메트로폴리탄 뮤지움에서 하는 한국의 분청사기 전의 기회를 놏치지 않고 문우들이1석 2조 ‘뮤지움 데이’를 하자고 했다. 미술대학 나왔다고 내게 안내를 해 달라는 것이다.
분청 사기는 아무런 걱정도 하질 않았다. 그러나 이우환 씨가 붓으로 툭툭툭 점을 찍어 놓은 그림이나 뎅그러니 바위 덩어리 하나를 갖다 놓은 추상 예술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인터넷 만 열면 이우환 예술론이 수두룩하지만 문제는 읽어도 잘 모르겠다는 데이 있다.
뉴욕 전시를 위해서 롱 아일랜드 햄튼 바닷가에서 바윗돌을 골랐다는 이우환 씨는 신문 인터뷰에 " 이태리 투스카니의 돌, 불란서의 돌 그리고 영국의 돌이 모두 다 다릅니다. 각자가 그 지방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요.’라고 했다. 당연한 얘기다. " 햄튼은 바위 돌을 찾기에 아주 좋은 곳입니다. 여기에 네 번이나 왔어요." 라고 한 것도 당연한 소리다. 산더미 같이 쌓인 바윗 돌 중에서 단 번에 마음에 딱 드는 것 하나를 고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우환 씨의 작품 해석들은 어째서 난해하기만 할까.
뮤지움 데이 전날 나 혼자 먼저 구겐하임 뮤지움엘 갔다. 뮤지움 데이를 잘 이끌어나갈 쉬운 길이 있을까 찾아 보고 싶었다. 진정한 예술작품은 쉬어야 한다는 것이 내 철학이기도 하다. 구겐하임에 가서는 그 동안 줏어 들었던 이우환의 예술론 같은 것을 애써 털어버렸다.
전시장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바위들을 내 눈 높이에서 천천히 바라봤다. 비 바람이 깍아 놓은 돌 덩어리의 완만한 곡선을 따라 날카로운 눈이 아니라 부드러운 마음을 두어본다. 빙글게 도는 언덕을 올라 가면서 마주치는 이우환 씨의 점하나 바위 하나라는 개성있는 개체들이 평범하게 바뀌어 가는 걸 경험했다. 정교하게 계산되어져 나온 작품 하나하나가 명상의 대상이 되어갔다. 진리가 아니라 진리를 찾는 대상이다. 이것이 내가 본 이우환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우환이 될지 그건 그들의 몫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움 데이' 날 많은 사람이 모였다. 나는 말했다. " 뭔가 대단하려니 기대를 했다가는 어쩌면 실망을 할지도 몰라요. 바위 덩어리나 점 몇 개가 뭘 그리 대단한가 실망이 될 수도 있구요,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전혀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마세요." 선입관을 버리자는 얘기다.전시장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바위들을 내 눈 높이에서 천천히 바라봤다. 비 바람이 깍아 놓은 돌 덩어리의 완만한 곡선을 따라 날카로운 눈이 아니라 부드러운 마음을 두어본다. 빙글게 도는 언덕을 올라 가면서 마주치는 이우환 씨의 점하나 바위 하나라는 개성있는 개체들이 평범하게 바뀌어 가는 걸 경험했다. 정교하게 계산되어져 나온 작품 하나하나가 명상의 대상이 되어갔다. 진리가 아니라 진리를 찾는 대상이다. 이것이 내가 본 이우환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우환이 될지 그건 그들의 몫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자, 우선은 저 바위를 한번 바라 보세요. 무슨 생각이 드세요?" 했다.
미술관엘 가면 작품들을 그냥 훑어 보기 일수다. 일단은 방대한 숫자에 압도되어 무엇부터 봐야 할지 모른다. 어떤 그림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고, 잘 모르는 작품은 몰라서 휙 지나가게 된다. " 천천히 보세요. 첫 느낌이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세요." 했다.
모두들 전시장 입구에 엇비슷이 하게 놓인 두 개의 바위 덩어리 앞에서 한참을 바라본다. 한 사람이 입을 연다. ‘이건 아마 남자 여자를 상징하는 건 아닐까요?’ 다른 사람이 말한다. ‘남과 북의 대화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보는 사람 성격에 따라 묵직한 바위 덩어리는 남녀의 사랑이 되고, 갈라진 한반도가 되기도 했다. 누구는 자연의 위력이라고도 했다.
이런 식으로 이우환씨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는 특별한 안내가 필요 없었다. 줄줄이 그어진 긴 붓 자국이나 톡 하니 찍힌 점이나 내가 ‘아하. ’ 하는 순간에 작품으로 완성이 되기 때문이다.
설명이 생략된 이우환 씨의 작품은 각자가 나름대로 해석하면 된다. 거울을 조각내며 떨어져 내려 앉은 돌맹이 조차도 뭔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보인다. 동양의 철학이다.
삼삼 오오 자유롭게 전시장을 걸으며 서로 느낌을 주고 받는 문우들의 진지함에 나의 안내가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안심을 했다.
예술의 에너지가 충전된 발걸음은 한 여름 뜨거움도 아랑곳 없이 메트로폴리탄 뮤지움으로 향했다.
예술의 에너지가 충전된 발걸음은 한 여름 뜨거움도 아랑곳 없이 메트로폴리탄 뮤지움으로 향했다.
조선시대 시골 아낙네같은 분청사기들이 거대한 규모의 박물관 작은 방에서 수더분하게 우리를 맞이했다. 마음이 풀어지며 반가왔다. 장인들이 쉽게 빚어낸 그릇들을 쉽게 감상했다. 백자나 청자와는 달리 얼마든지 내 맘대로 써도 될 것 같은 그릇들이다.
흙 한 줌을 적당히 손으로 빚고 심심해서 몇 개의 붓 자국을 낸 분청사기와 철학적 심오한 의미를 담은 이우환 씨의 붓 자국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한국이라는 테두리을 긋고 있었다.
이만하면 뮤지움 데이는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흙 한 줌을 적당히 손으로 빚고 심심해서 몇 개의 붓 자국을 낸 분청사기와 철학적 심오한 의미를 담은 이우환 씨의 붓 자국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한국이라는 테두리을 긋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