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8, 2015

토마토 쳐트니

여행의 맛,토마토 쳐트니 (chutney)

토마토 쳐트니가 얼마전 다녀 온 영국 여행을 연장시키고 있다.
토마토 6개, 양파 3개, 사과 2개 그리고 빨간 피만 반 알을 자잘하게 썬다. 할라피뇨도 한개 잘게 다졌다. 티 백으로 사용하는 종이 봉지에 온 갖 향신료를 담는다. 겨자 씨, 코리앤더 씨드, 쿠민 씨드, 알스베리 같은 향료를 ㅡ티스푼 한개, 티스푼 반개 ㅡ 정확하게 양을 맞추고 개피와 생강, 베이 입사귀도 준비한다.
여행에서 돌아 오고 나서도 얼마 동안은 여행지를 다시 인터넷으로 찾아 보며 후속 여행의 맛을 본다. 그러나 정말  오래도록 느낄 수 있는 여행의 맛은 음식이다. 여행 중에 먹었던 음식을 집에 와서도 해 먹으며서 두고 두고 여행을  음미하는 것이다. 사연과 함께 말이다.
아주 오래 전, 비엔나에서 생음악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소세지와 사워크라우트를 푹푹 삶은 요리를 집에 와서도 한 동안 해 먹었다. 지금도 소세지 요리를 볼 때마다 88 올림픽 노래 '손에 손잡고'를 연주하던 비엔나 레스토랑이 떠오르며 생전 처음 가본 유럽에서의 기분을 느껴보곤 한다.
그 후 볼로냐에 갔을 때 200년 된 집에 살던 친구 동생이 만들어 줬던 '로즈메리 치킨'을 하도 만들어서 애들은 '엄마의 악명높은 로즈매리 치킨Mom's notorious rosemary chicken '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번 영국 여행에서 얻은 맛은 토마토 쳐트니다.  
스카트랜드 하이웨이를 달리면서 배가 출출하면 차 속에서 빵에 토마토 쳐트니를 바르고 치즈와 오이를 껴서 먹곤 했다. 성희 씨의 하숙집 주인 여자에게서 배운 영국식 샌드위치다. 
그러나 정작 내가 이 쳐트니에 반한 것은 혼자서 버스를 타고 런던에 갔을 때였다. 성희 씨가 아침 일찍 일어나 쳐트니를 바른 샌드위치를 싸줬다. 런던 고속 버스 터미날에 내려 지도를 보며 곧바로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뮤지움을 향해 걸었다. 그 유명한 건물들을 겉만 보며 걷다 보니 테임즈강이 빅 밴과 함께 눈 앞에 나타날 무렵 배가 고팠다. 웨스트 민스터 사원 앞이었다. 비둘기가 땅 바닥에서 먹이를 쪼고 있는 노천 상점 앞에 앉았다. 두툼한 샌드위치를 꺼내 한 입 베어 문다. 
입안에 가득차는 샌드위치에 눈을 지긋이 감기며 ‘Ah~ ‘Heavenly’ 하는 영어가 저절로 나왔다. 달콤 매콤한 쳐트니가 단순한 행복을 맛 보게 해준 것이다.
아마도 나의 허기진 배와 수 백년 역사의 향기가 토마토 쳐트니 샌드위치의 맛을 '해븐리'하게 해주었는지도 모른다. 관광객을 붐비는 웨스트 민스터 사원 앞을 걸어가면서, 집에 가서 만들어야지,겸심을 한다.
영국 하숙집 아줌마의 토마토 쳐트니는 알고보니 그 옛날 인도에 가 있던 영국사람들이 인도의 전통 음식인 쳐트니를 영국식으로 개발 한 것이었다. 그들도 나처럼 외국에서 먹은 음식을 돌아와서도 만들어 먹었다. 서서히 인도의 맛이 영국 입 맛으로 변형이 된 것이다.
''설탕은 꼭 브라운 슈거를 쓰세요. "성희 씨의 말을 따른다. 마른 크랜베리도 좀 넣었다. 커다란 냄비에서 부글부글 수 십가지의 향내를 뿜으며 끓어 걸쭉해진 쳐트니를 빵 조각에 찍어 맛을 보니, 바로 그 맛이다. 테임즈 강변에서 먹었던 그 맛이다. 아니 그 때 보다 더 짙은 향내가 풍기는 것이 바로 일품이다.
저 앞의 테임즈 강이 과연 현실인가 했던 그 때, 짙게 내리 깔린 흐린 하늘 그리고 마치 영화에서 처럼 종 소리 들리던 진짜 런던 거리가 쳐트니 맛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덩달아서, 느닷없이 가봤던 세익스피어 생가 앞 찻집에서 영국식 차 대신 마신 블랙 커피와 스코틀랜드의 체링크로스 룸엔드 브랙퍼스트 여관의 전통 영국식 찻잔으로 세팅이 되었던 아침 식사와 워즈워드가 살던 마을에서 아무 식당에나 찾아 들어가 늦은 저녁으로 먹은 피시 앤드 칩스. 
아아 벌써 그리운 맛이다.
내가 만든 토마토 쳐트니를 유리 병에 꼭 꼭 눌러 담으며 여행의 맛을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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