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오케이 목장의
결투
노려( 웨체스터
지국장)
교인들 모임에서 “노 집사님, 좋아하시는 찬송가
하나 고르세요.” 를 당할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당혹스러운것은 특별히 좋아하는
찬송가가 없이 찬송가를
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내게 ‘특별히 좋아하는
찬송가’가 하나 생겼다. <트루 그릿( True
Grit)>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이다. 옛날 죤 웨인 나온 영화를
스티븐 스필버그가 다시 만들었다며 떠들석해서 가 봤는데,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에 푹 빠지고
말았다. 몇 분 마다 한번씩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흐르고 있는 음악이 찬송가 ‘주의 친절하신 팔에 안기세’이다.
단조로운 피아노
곡의 ‘leaning, leaning, leaning on the
everlasting arms….’가 머리 속과 가슴 속에 강하게 남았다. 찬송가가 이렇게도 쓰이는구나 했다.
아버지 원수를
갚으려고, 용감한 건맨을 고용하여
범인을 찾아 나선 14세 소녀가 바로 ‘진짜 용감함(True
Grit)’이었다. 늙은 건맨과
소녀가 쌓아가는 우정이 마음을
띵하게 한 이 영화로 인해
나는 새삼스럽게 미국 웨스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웨스턴 영화라면
‘황야의 무법자’ 밖에 모르던 나는 죤 웨인 영화서부터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만화같은 서부개척
때의 이야기가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영화가 ‘오케이 목장의
결투(Gunfight at the OK Corral)’였다. ‘오케이~ 코랄 ~ ‘ 이 노래는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귀에 익숙하다. 구수한 멜로디만 듣고는
정의의 무법자가 나쁜 놈을 멋지게 죽이는
장면이 연상된다.
그러나 오케이
목장에서 벌어졌던 총 싸움은 역사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실화다.
1881년 10월 26일, 오후 3시. 아리조나의 톰스턴 이란 곳에 있는 ‘오케이
목장’ 뒷문 쪽 공터에 한 열명쯤
되는 마을 사나이들이, 2미터도 안돼는
거리에 서서, 30초 동안 서로가 총을 쏘아댄 사건이 바로 ‘오케이
목장의 결투’였다. 끔찍한 일이다.
우스개 소리로, 요즈음 한국 교회가
오케이 목장의 결투들을
벌인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멀쩡한 사나이들이 대낮에
교회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서로 죽인다는 소리인가?
세상에, 교회에서? 사랑을 위한 결투란 말인가? 정의를 위한 용감한
결투란 말인가?’
웃을 일이 아니다.
True Grit의 어린 소녀는
에버레스팅 (영원히 절대로
변하지 않는) 주의 팔에 안기기를 소원하며, 자기의 팔 하나를
잃어버리면서까지 정말로
용감 무쌍하게 나쁜 놈을 찾아 싸웠다. 오늘 날 교회가 싸워야 할 일은, 그 좁은 교회당 안에서 목( 牧)과 장(長)의 싸움이
아닌, 14세 소녀가
산과 강을 헤치며 싸워낸 그런 싸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좋아하는 찬송가를
고르라고 하면, 나는 서슴치
않고, ‘주의 친절하신
팔에 안기세’를 고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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