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

                                           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

천고마비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날씨다. ‘넓은 들에 익은 곡식 황금 물결 이루니….’의 계절이 돌아 왔는데, 왠일인지 요즈음 만나는 사람마다 다 한국을 간다고 한다.

그들은 모두 다 인생의 황금기를 맞은 사람들이다.  길고 긴  여름 동안,  동창회며 무슨 모임이며 유럽여행, 남미 여행, 온갖 크루즈 여행들을 다닌 그들이다.  이들 중에는 60년대 70년대에 김포공항을 떠나면서 ‘내가 다시는 한국에 오나 봐라’ 한 사람들도 꾀 있다.

예전에 내 주위에는 여름 방학이면 애들을 데리고 한국엘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로는 엄마들이, 남편을 위한 밑반찬을 냉장고에 꽉 꽉 채워놓고, 한국에 있는 식구별로 선물 보따리를 싸들고 애들을 데리고 한창 무더운 한국엘 다녀오곤 했다.  그래도 애들에게 뿌리 교육을 시켜줄 가장 좋은 방법이니 오랜만에 부모님도 만나고,  또 친구들도 좀 만나보고…  이렇게들 한국엘  갔었다.

세월 따라 세상이 바뀌면서 이제는 학교가 시작하고 모든 비지네스가 바빠지기 시작하는 요즈음에 부쩍 한국 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누군가가 그 이유를 말한다. 지금이 비행기 값이 싸거든요. 날씨도 좋아서 놀러 다니기도 좋잖아요.   아, 그렇구나. 놀러들 가는 구나.  세상이 달라졌다.

 ‘이번에 가면 제주도로 해서 한바퀴 돌려고 해요.’ ‘ 추석하러 가요.’ ‘추석 피해서 갈려고 해요.’  ‘이번에 가면 TV에서 본 거, 그것 좀 먹어 보고 싶어서  거제도엘 한번 가봐야겠어요.’ 모두가 놀러 간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고, 정말로 세월이 좋아졌다.  

이렇게들 한국 여행을 다녀오면 , 남해안  어느 시골, 지리산 어느 구석, 충청도 어느 마을에  무슨 음식 무슨 음식 먹어 본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듣기만 해도 본 것 만큼 재미있다. 다음 번엔 거길 가봐야지, 다짐들을 한다.

또 하나 있다. 한국엘 다녀 오면 얼굴이 달라져서 온다고들 한다.   ‘한국이 잘해요.’ 얼굴 고치는 일 말이다.  외울 수도 없는 얼굴 마사지 기계 이름들도 척척이다.  누구는  한국에 가기 전에 얼굴 필링을 하고 간다고도 한다.  친구들이  대놓고 ‘미국서 고생하며 사는구나’ 말은 안해도 자기를 불쌍히 보는 눈치들을 할까봐서다. 하긴 한국 다녀와서 우을증에 걸렸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런데, 경제위기라고들 하지 않는가? 일자리가 없다고들 하지 않는가?   

하긴 우리 한국 민족은 보리고게 시절때에도 놀러 다니길 좋아한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그러나 젊어서 놀지 못했던 우리 이민 1세들, 늙은 나이에도 지구상의 대륙들을 오가며 참 잘들 놀러 다닌다.

2012년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