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맥도날드 이야기
멕도날드에서 99전짜리 커피 한잔 마시고 죽치고 앉아
있다가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한국 노인들의 이야기를 강 건너에서 바라본다. 양쪽이 다 이해가 된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볼 때에 그 노인들이 얼마나 눈의 가시였을까. 간혹 ‘스타벅스’나 ‘파네라 브래드’라든가 ‘아틀란타 브래드 ‘같은 카페에서,
책과 노트 북을 잔뜩 쌓아놓고 랩탑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가게 주인이라면
저사람들 쫓아내고 싶지 않을까? 하곤 했었다.
그런데, 실은 나 역시도 교회에서 친교시간을 마치고 나와서도 헤어지기가
섭섭한 친지들과 ‘파네라 브래드’에 가서 커피 한잔 씩을 마시며 한참을
떠들다가 나오곤 한다. 장소가 맥도날드가 아니라는 것 빼고는 그리고 허구헌날이 아니라는 것 빼고는,
외로운 이민 생활에서 한번 만나면 헤어지지 못하고, 온갖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을
나누는 건, 이 곳 웨체스터 한인 사회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나이가 든 한인들은 일주일에 한번 교회 친교시간을 기다린다. 아무런 이슈도 없이 그저 한 없이 온갖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플러싱 맥도날드의 노인들과 그 맥락이 같다. 구역 예배도 마찬가지이다. 예배는 짧을 수록 좋다. 음식과
다과를 나누며 교인들은 세상 이야기에 밤 늦는 줄을 모른다. 예전에는 여자들만 말이 많은 줄 알았다.
언제나 먼저 일어난 남편들의 눈짓을 눈치 채고도 못 본척 이야기에 꽃을 피우곤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현상은 반대가 되고 있다. ‘아니 남자들이 더 수다네요.’
여자들은 웃으면서 너그럽게 남편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려 준다. 그렇겠지.
얼마나 심심했을까. 실컷 이야기를 좀 하도록 해주자.
나이가 들면서 더욱 더 미국
사회에 끼이질 못하는 것이 한국인들이다. 가장 아메리카나이즈 되었다고들 하는 이 곳의 한인들도 그건 마찬가지이다.
타운마다 시니어 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넘쳐 나지만, 한인들의 모습은 거의 없다.
제일 큰 원인은 물론 언어이다. 그리고 그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이제는 신경 쓰지
않고 좀 놀고 싶고, 그냥 편안하게 수다 떨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한국 정치서부터 교회 이야기, 골프이야기 그리고 자식이야기, 건강이야기, TV드라마 이야기….주제는 끝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남의 장사하는 곳에 가서 하루 종일 죽치고 앉은 노인들은 좀 너무 했다. 더구나 너무나 눈에 띄는 한국인 얼굴로 말이다. 또 그렇다고 해서 노인들을 쫓을려고 경찰을 부른 것도 참 너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고령화 되어가는 한인 이민
1세들이 건전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장소와 시설과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게 다가 온다.
한인 커뮤니티를 어느 정도 이루고 있는 퀸즈나 뉴져지를 강 건너로 바라보고 있는 웨체스터의 한인
사회에는 아예 첫 기반부터 시작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언젠가는 나도 일요일 뿐 아니라 주 중에도 ‘파네라 브래드’에 가서 하루 종일 앉아서 노닥 거리는 신세가 되지는 않을까. 안심할 수가 없다.
2014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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