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31, 2019

기자의 눈/ 강 건너 장 보러가기


강 건너 장 보기
한인 커뮤니티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웨체스터에  H마트가 생겨 좋아하던 시절도 지났다. 언제부터인가 뉴저지 어느 한국 마트에 가면 가격도 싸고 여기에 없는 물건도 많다는 소리가 자주들렸다.
뉴저지에 갈 일이 생긴 김에 그 한국 식품점엘 갔다. 아니나 다를까,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서울 어느 농장 직매장에 온 듯했다. 잘 정돈되고 조용한  여기 식품점과 달리 왁자지껄 한국말이 들리고  산더미같은 물건들의 어수선함에 정겨움이 느껴진다. ‘어디 관광온 것 같네.’ 기분이 들떴다. 
이 식품점에만 있다고 들은 황금 고구마가가 보였다. 몇 몇 사람이 큰 봉지에 고구마를 잔뜩 담는다. 그 사이에 끼어들며 고구마가 다 없어질까봐 초조하기 까지했다.  그 옆에는 그야말로 밭에서 금방 뽑아온 듯한 무우청이 쌓여있다. 커다란 묶음 한단에 1 99. 정말 싸다. 짙푸른 입사귀만 봐도 영양분이 듬뿍할것 같아, 견물생심, 한 단을 집어 들었다.
장터같은 매장을 둘러 보자니, 여기 저기 붙어있는 메모가 눈에 띄였다.  비닐 봉지를 가져가지 말라면서 들키면 한장 당 얼마씩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에! 아니 비닐봉지를 훔쳐가는 손님들이 얼마나 많으면 경고문까지 써 붙였을까. 이 곳 손님들 수준이 이정도란 말인가. 그렇다고 적발하면 돈을 받겠다는 상점 주인은 또 뭔가.  평양식이라고 쓴 즉석 요리 매장의 아주머니는 남쪽 지방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어쨋거나, 어물전이나 반찬가게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카트가 두둑해졌다.  집에 와서 우선 구글로 무우청 요리를 찾아보고 나서, 데치고 얼려 놓으려고 아름드리 무우청을 묶은 고무줄을 풀었다. 어마나. 한 거풀 속에는 누런 무우청이 뒤섞여있었다. 한 두 잎사귀가 아니었다. 사람을 이렇게 속이나. 누런 잎을 골라내며 화가 났다.
어느 수퍼 마켓의 물건들이나 대부분 뜯어보면 속은 겉만 못한 것이 들어있기 마련. 차라리 그것을 정상으로 여기며 살아 왔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무우청을 묶은 사람은 일부러 먼저 누런 잎사귀를 놓고  싱싱한 잎으로 덮은 것이다. 얄팍한 상업수단이기 보다는 ‘’속임수라는 생각이 든다.  싱싱한 잎을 보고 사간 손님이 집에 와서 누렇게 마른 입사귀를 보며 크게 실망할걸 모른단 말인가. 버려야 할 무우청 몇 단을 속여 팔아먹은 것만 그저 좋아했을 것이다.
강건너 멀지만 않았어도 이대로 들고 가서 메니저를 찾을 심정이었다. 그렇다. 뭘 얼마나 더 잘 먹겠다고 그 멀리로 식품을 사러 간단말인가.  갑자기 필요한 것이 있어도 당장에 뛰어가 살수 있고, 또한 예전처럼 차 트렁크에 온갖 한국식품을 잔뜩 싣고 오지 않아도 되는 것만 해도 감사하며, 로칼 상점을 애용해야겠다.
2018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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