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5, 2019

27 스트리트/ 어머니의 편지

1993년 7월 8일

어머니의 편지

처음 미국 왓을 때 '편지'는 내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따로 따로 편지를 주셨고, 세 동생들이 질세라 편지를 보냈으며 또 학교 동창들 회ㅗ사 다닐때 동료들과도 왜 그리 할 말이 많ㅇ느지 편지를 자주 주고 받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오가는 편지의 숫자가 줄어가 것은 자연스런 일이리라. 웬만한 일은 전화와 팩스를 쓰면서도 편지를 받는 일은 반가와서 될 수록 시간ㅇ르 내서 동생들이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그런 중에도 10 여년을 끊이지 않는 편지가 어머니의 편지다.
"어제의 맑은 날에 이어 오늘은 줄줄 비야요. 그러나 언제나 태산 같이 흔들림 없는 자세가 필요하지. 어제 개었다고 좋아는 했을 망정 오늘의 비에 기氣 죽지 않는....'
이렇게 시작하는 어머니의 편지를 엊그제도 받았다.
마당에 심어 놓으신 온갖 꽃 야채에 대한 얘기, 동생네 사는 이야기, 친구분들과 만나셨던 이야기, 영화를 보시거나 재미있는 책을 읽으신 감상 등 그때그때 생활에서 오는 감정들, 그리고 이곳의 내 생활에 대한 ㅂ배려 등등...탁월하신 관찰격과 독특한 표현법으로 특유의 유오어를 섞어 자세하게 구구절절 적어서 보내주시는 두툼한 편지는 우선 한번 빨리 읽어두겄다가 나중에 애들 다 잘 적에 내 책상머리에 앉아 차근차늑ㄴ 다시 읽으며 혼자 "엄마는 차암...'하며 웃기도 하고 또 눈싱러을 적시기도 한다.
거통에는 꼭 하트 모양을 그려놓고,9살,7살 두 손녀 손자에게도 생일때나 크리스마스 때 아니래도 그림을 많이 그려서 편지를 자주 해주시니, 아이들도 할머니 편지를 참 조하한다.
꼬박꼬박 배달되는 어머니의 편지만큼 가슴을 뿌듯하게 하는, 정이 듬뿍 배인 사랑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한다.27 ㅅ
우리가 흔히 존경하는 현모(賢母)에 비해서 어머니는 오히려 우리 형제들과 같은 수준으로 매사에 함께 울고 웃고하는 생활을 해오셨다.
요즈음엔 편지마다 스스로를 제대로 엄마노릇 못한 엄마라고 말씀 하시곤 하는데, 아마도 이렇듯 번번히 어머니와 어머니 주변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낸 편지를 보내주셔서 그 무엇으로도 대치할수 없는 귀중하고 멋드러진 정情을 아직도 다 큰 자식에게 퍼부어 주고 계시다는 것을 모르시는 모양이다.
"나는 참을성이 많아서 너희 편지 안 올때도 잘 참을수 있다." 하시는 어머니에게 내가 더 자주 마련해야 할 것은 편지를 쓸 시간이 아니라 편지를 쓸 마음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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