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9일(목요일)
베이지 색 커피의 쓴 맛
커피 중독도 다른 중독 못지 않게 평온한 삶을 방해하는 존재다. 그 옛날 한국에서 매일 마시던 커피는 진하게 쓰고 진하게 단 맛이엇다.
그래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은 커피 맛보다는 젊음이라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미국 와서 마신 첫 커피는 항아리만한 잔에 철철 넘치게 따라서 우유만 푹 넣어준 싱거운 커피였다. 얼마 후에 한국엘 가서 찐하게 쓰고 단 커피를 다시 마시니 입맛에 맞질 않았다. 그 후 가지가지 이름도 이상한 커피를 맛 보는 재미가 붙었고, '커피야 쓴 맛에 마시지' '단 맛에 커피 마신다.'라는 것은 문화인이 못 되는 듯이 커피 전문점 찾아다니며 여러 종류의 원두커피를 사다가는 시간과 공을 들여가며 커피 맛을 즐기기도 했었다.
그러다 곧, 백투 베이직스(Back to Basics)! 가장 평범한 페귤ㄹ 아메리칸 커피가 내 입맛에 제일 잘 맞았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그저 커피한잔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막바로 "커피 한잔(One Coffee)하고 주문할수가 없다. 그렇게 말하면 점원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어딜 가나 커피 메뉴가 너무 길어서 그 중에서 낵 좋아하는 커피를 여기서는 뭐라고 불러야 하나를 알아야하고, 커피의 양도 스몰, 미디움, 라지, 엑스트라 라지, 그것도 어떤 카페에서는 콜, 그란데...뭐 이런 이름으로 되어잇어서 복잡하기만 하다.
카페인 없고 있고도 밀리 말해줘야 하며, 커핑에 우유를 넣는지 크림을 넣는지? 설탕ㅇ 또는 스윗엔 로우? 설탕이라면 몇 스푼? 까지 말해주어야만 겨우 커피 한잔 얻어 마신다.
나는 커페이 크림을 탄 석을 좋아한다. 크림을 너무 조금 넣으면 부드러운 맛이 안 나고 너무 많이 넣으면 커피의 맛이 죽고 하니까 그야말로 커피색이 옅은 밤색이 되오록 적당히 넣어야하는데, 사무실에서 마실 이 '적당한' 커피 한잔을 출근 길에 사는 일이 고통이다.
던킨 도너츠이 커피 맛이 좋아서 일부러 좀 멀리 있는 더킨 도너츠에 가곤했는데, 최근 며칠을 연거퍼 크림이라고 주문해도 마셔보면 유유가 들어있길레, 아마 전달이 안돼었나 싶어 다음날엔 크림을 넣을 때 그것이 확실히 크림이야고까지 물어봤는데, 인도인 두명이 동시에 "예스예스, 크림크림" 했다. 그러나 역시 그날도 우유가 들어 있었다. 그 다음날은 늘지나다기기만 했던 한국 델리에 들여 "커피 한잔 주세요. 크림만 넣어 주세요."했는데 한국 아저씨 "설탕은요' 하고 물어봐서 "아니요." 했다. 그런데 커피 잔에 크림을 하도 살짝 부어 넣길래, "크림을 좀 더 넣어주세요." 하니까 그 아저씨는 말없이 컵의 커피를 확 딸아 버리고 거기에 크림을 확 부어 넣으면서, "처음에 그렇게 말 하세요." 한다. 야단을 맞은 거다. 중요한 공중도덕을 어긴 사람처럼.
크림 값이 비싸서 그런가? 아침에 재수 없게 왠 여자가 말이 많아서였나? 그 아저씨 고달픈 인생이 이해는 가지만.....그날의 그 거의 흰색을 뛴 베이지 색 커피! 그 커피 맛은 쓴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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