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8, 2019

조선일보: 노려의 맨해튼 저널/ 뉴욕엔 똑 같은게 없다

2002년 6월 24일

뉴욕에서 한참 살다가 몇 년 만에 한국에 갔을 때 김포공항에 들어서면서 느낀 것은 '야 모두 한국 사람이네'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모두가 다 비슷비슷한 몸 싸이즈로 뭔가 획일적이라는 첫 인상을 받았다.
서울 시내에 나가보면, 뽀얗게 분을 바른 여성들의 동글납작한 얽ㄹ에 질서정연하게 진하고 뚜렷하게 한줄로 잘 그려진 눈 섶과 아웃라인을 분명하게 해서 정성 스럽게 립스틱이 칠해져 있는 입숙이 전부 다 똑 같게 보였다.
그리고 그 해의 유행색이었는지 거의 모든 여성이 파스텔 조의 옅은 쑥색 아니면 옆은 핑크 색 계통의 베이지 색의 옷들을 잘 차려입고들 있었는데, 이 모든 광경이 정말 낯 설게 느껴졌었다.
그러넫 매해튼 한 장소에 잠시만 머물러 서서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면 얼마나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지 금방 알수 있다.
무지무지 뚜ㅜㅇ뚱한 사람에서부터 장대같이 큰 사람, 땅따한 사람, 까만 얼굴, 밤색 얼굴, 머리에 터번을 두른 남자, ㅁ리 꼭데기에 빵덕 같은 헝겊을 얹은 남자, 여름에도 까만색 코틀ㄹ 입은 남자, 잠옷 같은 머풀러를 디집어 쓴 여인, 사리를 입은 인도 여인,빡빡 민 머리, 빠글빠글 곱슬머리, 노랑 머리, 빨간 머리...거기에 팔자 걸음 걷는 한국 아저씨에 손ㅇㄹ 획획 정며 걸어간ㄴ 한국 아줌마까지 뉴욕의 풍경을 장식한다.
그 중에서 여성들만 바라본다면, 물론 피부색부터가 제각각이지만, 전혀 남을 흉내 내지 않은, 제 멋대로이면서 세련된, 개성있고 독특한 모습을 한 뉴요커 여성들에게 놀랄 것이다.
한마디로 멋쟁이다. 분명 뉴욕에도 유행은 있다. 유행하는 색이 있고 옷이 있고 헤어 스타일이 있고 유행하는 가방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구두에도 가방에도 유행이 있다. 아마도 욕이야말로 항상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는 곳이지도 모른다.
9.11이후 뉴욕 사람들도 한 마음 한뜻으로 뭉치는 것을 보았지만, 그런ㄴ데도 각각이 다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각자가 자기만이 세곌ㄹ 갖고 있는 때문이 아닐까.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그 다음에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을 맞출 줄을 아는 것이 아닌가 한다.
월 스트릿 근처를 가보면 정장하고 화장 잘 한 여성들이 운동화를 긴고 서류갑방을 들고 백을 메고,또 그것도 모자라서 쇼핑 백까지 겹쳐 들고 바삐 걷는 모습을 본다.
저녁 때 브로드웨이나 링컨 센터, 카네기 홀 같은 곳에서는 화려하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대붑ㄴ이다.
한국에서 느낀 것은 백화점 갈때 친구 만날때나 음악회 갈 때나 차림이 똑 같다는 것이었다.
다른 스타일의 구찌 -빽이라도 한국 사람들이 들었을 때는 구ㅜ찌라는 이름의 같은 가방으르보이는 것은 나의 지나친 신경쓰임인가.
좀 다른 이야기 같지만 월드 컵 축구로 한국이란 온 나라가 빨간 모습 빨간 마음으로 일시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더욱 이렇게 다양한 미국 사람들, 뉴욕 사람들이 다시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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