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5, 2019

여기자 벤치/ 손님

1990년 8월 11일(토요일)

손님

어렸을 때는 집에 손님이 오신다 하면 마음이 들떠서 공연히 뛰어 다니며 좋아하곤 했었다.
'친구가 멀리서 찾아 오니 이 아니 기쁜가-'하면서 학교에서 한문공부를 하던 기억도 있고,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우리말의 '손님'에서는 어딘지 반갑고 기쁜 이미지가 들어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요사이 나는 "누가 또 오신대요?" 하면서 순님이 오실거라는 소식에 "아휴-"하느 ㄴ한숨이 저절로 나오게 되어 버렸다.
미국에서 살면서 그것도 뉴욕에서 살면서 수 없이 맞게 되는 손님들! 관광여행이건 사업차이건 유학으로 이건 미국으로 오는 사람들은 목적지가 어디이던지, 거의가 뉴욕을 거쳐 머물다 가곤한다. 물론 우리가 살고 ㅇㅆ으니까 우리도 만날겸 유학생들은 방학이나 크리스마스 때면 또 다시 찾아온다.
처음엔, 뉴욕엘 왔으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좀 봐야겠지? 하며 맨하탄엘 나가고 우리도 덕분에 한가롭게 구경도 하고 챠이나 타운에 가서 저녁도 먹곤하여 좋았었다.
사실 나는 자유의 여신상이며 쌍둥이 빌딩 등을 손님들 덕분에 구경하였다. 또 뭘 좀 꼭 사야겠다는 손님들을 모시고 다니며 덩달아 나도 뭘 좀 사기도 했다.
늘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다가 한국서 손님들이 오시면 애들 내의며 김, 멸치, 고추가루 등 선물도 푸짐하고 좀 북적거리는 것이 즐겁기도 하였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아이들에 직장 일에, 자연히 나의 생활이 바빠져 가는데 웬일인지 손님이 수도 부쩍 부쩍 늘어났다.
관광이나 사업차 출장 오시는 본 뿐만 아니고 그 동안 줄줄이 왔던 시댁쪽 친정 쪽 유학생들의 부모님들이 졸없식 참석차 오시고, 또 이삿짐을 꾸려주신다고도 오신다.
환갑여행, 유럽여행, 성지순례로 오시는 분, 미국 구경 못한 아들 군대가기 전에 한번 데리고 오시는 분까지...... 한이 없다.
한 집은 요새 시댁 부모님, 친정 부모님에 다른 지방에 사는 친척까지 함께 와 계셔서 정신이 없다고 한다.
한팀은 이미 미국여행을 하셨던 분들이고, 한 팀은 뉴욕 시내 관광부터 워싱턴, 나이아가라 관광에 유럽여행까지 하실 분들이며, 무도 다 발들이 없으시다.
60년 망에 미국에 오신 분들 대접을 잘 해야겠고, 공항 모셔다 ㄱ드리고 모셔오고 하면서 한편으로 다른 팀들 스켖류에도 맞춰서 움직여여 되고, 아이들 데이캠프며 온갖 집안일들에다..... 허리아픈 그 집 주부가 가엾기까지 하다.
우리 집도 이 여름을 오고 가는 손님으로 생활의 질서가 허물어진 채로 지내고 있다.
지금 계시고 있는 친정 이모님 내외분 가시면 곧 ㅏㄴ국서 또 시댁 숙모님이 오시기로 되어 있다.
냉장고 속엔 김이 쌓여가고, 할 일들도 태산같이 쌓여 밀려 있는데. 미리 몸살이 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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