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6, 2019

女記者 벤치/ 나들이

199* 년 ?

"나들이"

얼마전 서울에 잠깐 다녀왔다.
2,3년 사이에 또 많이 달라진 서울이었다. 몇 가지 공적인 일로 간 여행이었지만 내게는 친구들을 만나 본 일이 더 큰 몫을 차지했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산 나의 세월에도 긴 이야기가 있으나 다 생략되어지고, 나는 마치 화면이 끊어져 엉뚱한 장면에서 불쑥 새로 시작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그들과 만났다.
뚜렸한 세월의 흔적들... 이제는 별 수 없이 '중년'이란 나이를 실감하게 해주는 모습들이었다.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한국이라서인지, 내 학교 때 친구들이 벌써 성공이란 말이 어색치 않을 위치에 서 있는 것에 은근히 놀라왔다.
비서실에서 한 10분 기다렸다가 만날 수 있었던 친구, 알아주는 예술가가 이미 되어버린 친구, 또 나를 위해 운전수를 보내주는 친구도 있었다.
유명인이 된 어느 친구와는 가는 곳마다 나도 덩달아 특별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작 독신으로 정신적인 방황을 하는 사업가, 예술가의 아내가 되어 "난 너무 외로워" 하고 절규를 하는 중년여인. 그리고 남편 바지 다리게에 적당히 지쳐있는 모범 아내도 만났다.
"미국에서는 너흳들 너무 사치스럽ㄱ 산다고 얼마나 걱정들을 하가ㅗ 있는 줄 알아?" 하고 말을 꺼냈었으나, 아이들의 장래를 염려하는 진지한 마음들, 좀 더 나은 가ㅊ지를 찾으려 애쓰는 정서들. 그 '열심'에 오히려 내 자신을 돌아 보게 되고 말았다.
우리들은 순간순간 '어머 너 아직도 그 버릇 있구나' 하며 학교 때의 너와 나로 돌아가 감탄을 하면 깔깔거리곤 했더.
"여전하구나." 그러다보면 순수한 감정들이 솟아나고 퉁퉁해진 몸매와 달라진 어휘에도 불구하고 아음은 10년 전, 15년 전으로 돌아갔다. 마술에 걸린 듯 그 당시의 비밀들을 털어 놓았다.
얼마나 유치한 문제들이었던가!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기적처럼, 어느 차집에 들어 섰을 때 학교 시절 거의 매일 귀가 멍멍해지도록 듣던 멜라니 사프카의 노래가 나오기도 했다.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변할 수 밖에 없어서 변해가고, 또 억지로 변화시켜 가면서 사는 우리들 인생 속에서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은 컸다.
실은 올리픽 대로를 다리며 바라보는 변한, 너무나 변한 한각와 서울의 모습에 주눅이 들었었다. 그러다 광화문, 퇴계로, 스카라 극장 앞 골목골목에서 옛 모습 그대로를 보고 마음이 푸근해 졌던 것 처럼, 무척 달라진 친구들이 겉 모습 속에서 결코 변하지 않고 잇는 구석들을 대 할수 있었던 것이 정말 너무 좋았다.
변하지 않는 것의 귀중함을 알았다.
그리고 그 순수함으로 듬뿍 청전시키고 온 이번 서울 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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