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8, 2019

조선일보: 노려의 맨해튼 저널/ 백조의 호수

2001년 7월 11일

백조의 호수

지난 7월 4일 모처럼 연휴를 앞두고 무엇을 할까 고민했었다. 어디 가고 싶은 곳도 없었고, 어디서 오라는데도 없었고 또 가까이 사는 친천ㄱ도 멀리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신문을 뒤적이는데 머리에 기털을 꽂은 공주님과 공주님으르 사랑하는 애틋한 몸짓이 왕자님 사진의 발레 광고가 눈에 띄었다.
백조의 호수! 갑자기 먼 먼 어린시절 어느 나라인지도 모르는 나라의 공주와 오아자의 이야기를들로 가슴이 설레이던 그 기분이 슬쩍 스치는 듯했다. 그렇지, 마술에 걸려 백조가 된 공주, 그리고 멋진 왕자님, 공주님 이름이 생각났다. 오데뜨 공주 그리고 지그프리드 왕자님!
딸도 어릴때 한국싶굼점에서 빌려온 어린이 만화비디오 '백조의 호수'ㄹㄹ 재미있게 봤었다고 했다. 신문광고에 난 전화번호르 ㄹ돌렸다. 신호가 떨어지자 마자 나오는 말은 '이번 스피링 시즌 발레 공연에 매진된 표는 없습니다.'였다. 용기를 내서 누루라느 넌호르 ㄹ따라 눌러보니, 20불, 25부르 70불, 80불짜리 표가 있었다. 25불 짜리고 결정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무척 유명한 곳이지만  그 곳은 나하고 큰 관계가 없는 곳이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친정 어머니가 오셨을 때 한번 모시고 갔을 뿐 여유를 갖고 우아하게 오페라 감상하러 가 본적이 없다.
그 옆 알리스 툴리 홀이며 작은 컨서트 홀에야 ㅅ도 없이 많이 갔었고, 링컨 센터 광장에서 열리곤 하는 크래프ㅡ 페어느 ㄴ읿ㄹ 찾아가곤 했었지만, 이제야 제대로 그 자온인 메트로폴리탄 ㅗ페라 하우스엘 간 것이다.
한 여름밤을 발레 구경으로 즐길 온 ㅅ 많은 사람들에 ㅅㄲ여 과히 나쁘지 않은 좌석을 찾아가 앉고 나니, 음을 고르는 오케스트라의 소리와 웅장한 무대의 커텐과...... 오길 잘했다 싶었다.
워낙 발레에ㄹ는 기본 저식이 없던 터ㅇ라, 누가 공연을 하는지, 누가 안무를 했는지 별 관심이 없었다. 프로그램을 뒤적이며 무용가들 사진을 건성으로 보면서 뻔히 다 알고 있는 스토리지만 무용으로 어떻게 전개 해 나갓을까 하여 스토리를 읽어보았다. 글을 읽던 내 눈이 딱 머추고 만 귀절이 있었다.
마귀이 주술에 걸려 공주가 백조로 변하자 공주의 어머니가 흘린 눈물로 호수가 채워졌다는 구절이었다. 그렇구나. 만약 내 딸이 백조로 변해버렸다면, 내가 얼마나 울었을까. 그 엄마이 심정이 갑자기 내 것처럼 다가왔다.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엄마라는 존재는 똑 같은가보다. 어린 시절엔 백조의 호수하면 우아한 하얀 백조가 아름다운 공주로 변하는 환상적인 광경이라든지 미남 왕자님이 목숨건 사랑의 이야기만이 중요했다. 간혹 여학교 시절 무용반 공연에서 단편적으로 보던 백조의 홋 무용의 인상은 그저 하연 망사로 부채처럼 펼쳐지는 무용복이 아ㅡㅁ답다는 것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이 이야기이 제목이 '백조가 된 공주'라든지 '백조 공줄ㄹ 사랑한 왕자민'이 아니라 '백조의 호수'라고 지어진 것이 의미심장했다.
어머니의 눈물로 만들어진 호수가 아닌가.
흥청대는 독립기념일 연휴를 백조의 호수로 정하고 나서도 내가 늙었나보다 했는데, 그 백조의 호수 4막 중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공주의 어머니에 마음이 사로잡혀 버린 내가 정말 이젠 어쩔수 없이 노년기에 정ㅂ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며칠 후 신문에 '아메리칸 발레 극장'의 스프링 시즌을 마감하는 리뷰가 난 것을 보니, 바로 우리가 본 백조의 호수를 다루고 있었다. 호평이었다.
특히 두 남녀 주인공이 차 잘한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백조 중 누구는 어떻고 또 누구는 어떻다는 평을 하면서 왕자님이 어머니로 나온 여왕은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고 했다.
내 자신이 어머니로서 동서고금이 어머니가 같다는 공통점으 진하게 맛 본 '백조의 호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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